[취재수첩] 사장·차관 앉혀놓고 6시간 호통만 친 과방위

1 month ago 12

[취재수첩] 사장·차관 앉혀놓고 6시간 호통만 친 과방위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KT·롯데카드 해킹 사태 청문회장은 여야 의원들의 호통만으로 가득 찼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무단 소액결제와 서버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로 도마 위에 오른 김영섭 KT 대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등 정보보호 관련 기업 임원진과 정부 관계자를 몽땅 불렀다. 증인으로 나온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관료들은 6시간 동안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과방위 청문회가 개시 전부터 주목받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고 경위, 개인정보 유출 경로와 규모 등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CEO의 입을 통해 나올 것으로 예상돼서다. 실제 과방위원들은 청문회 직전까지 KT와 롯데카드 등이 사전에 제출한 국회 보고서를 외부에 공개하며 “자료에 대한 심도 깊은 검토를 거쳤다”며 ”청문회 현장에서 새로운 의혹 등에 대해 물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자신만만하던 의원들의 태도와 달리 막상 뚜껑이 열린 청문회의 내용은 부실했다. 청문회가 진행되는 6시간 동안 이미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정보가 나온 건 없었다.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기업과 정부의 과오를 밝히겠다던 의원들은 줄곧 “한심하다”며 증인 자리에 앉은 CEO를 일갈하는 데 발언 기회를 썼다.

CEO들은 사태에 대한 해명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의원들의 빗발치는 사퇴 요구에 대응해야 했다. 김 대표는 “사태를 조속히 수습해야 한다”며 “지금 여기서 사퇴 여부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지만, 의원들은 6시간 동안 사퇴 압박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과방위의 ‘알맹이 없는 청문회’가 더욱 비판을 받는 이유는 현재 벌어진 사태 수습에 가장 최전선에 서야 하는 CEO와 정부 정보보호 책임자들을 앉혀놓고 호통만 쳤다는 데 있다. 기업과 정부의 실질적인 대책과 수습 방향을 청취하기 위해 열려야 하는 청문회에서 정작 ‘청문’을 하는 의원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날 여야를 불문하고 과방위원들은 질의 후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말을 자르거나 호통을 치며 답변자를 몰아붙였다.

청문회가 끝나자 지난 5월 SK텔레콤 사태와 관련해 진행된 과방위 청문회가 다시 회자됐다. 당시에도 과방위원들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를 앉혀놓고 8시간 동안 사퇴와 위약금 면제만 이야기하며 호통쳤다. 업계 관계자들은 “5월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며 “청문회가 왜 기업인에게 호통치고 모욕을 주는 자리가 됐는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