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배당소득세 개편 논의, 10년 전 실패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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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배당소득세 개편 논의, 10년 전 실패 전철 밟나

“여당 안에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립니다. 세제 개편안 발표 하루 전에나 대략적인 윤곽이 나올 겁니다.”

정부 관계자는 17일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안 논의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며 여권 내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배당세제 개편을 언급하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여당 내부에선 “부자 감세”라는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정부 안팎에서 “세제 개편안 발표 전에 합의에 이를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논란을 촉발한 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다. 배당성향 35% 이상인 상장사에서 발생한 배당소득에 분리과세를 적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의원의 법안을 콕 집어 언급하면서 “배당을 촉진할 세제 개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핵심 국정 의제로 급부상했다. 정부도 세제 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개편안을 담을 계획이다.

하지만 여당 일각의 분위기는 강경하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상장사 오너 일가와 대주주가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 소속 한 국회의원은 “이소영 의원이 괜한 법안을 발의했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고 전했다.

여당 일각에선 “분리과세 요건을 까다롭게 설계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분리과세 요건으로 배당성향뿐 아니라 배당수익률, 배당증가율(전년 대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배당성향 30% 이상’ ‘배당수익률 3% 이상’ ‘배당액 증가율 2% 이상’ ‘PBR 1배 이상’ 등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상장사로 제한하면 감세 혜택을 보는 주주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기준은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감세 대상을 좁힐수록 대주주가 배당을 확대할 유인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도입했던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이런 이유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각각 시장 평균보다 20% 이상 높으면서 배당금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장 기업에 한정해 분리과세 혜택을 제공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조건이 너무 복잡하고 적용 대상이 적어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데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해당 제도는 2017년 일몰됐다.

이번 개편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배당성향을 높이고 다수의 개미 투자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전향적인 제도 개편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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