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의 패러다임디자인] 특허제도를 바꿔야 기술전쟁에 승리한다 : 발명과 아이디어가 진짜 자산이 되는 나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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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이광재 PD(전 국회사무총장)

한미 관세 협상의 본질은 기술전쟁이다. 관세와 방위비 분담 조정은 표면일 뿐, 미국은 핵심 미래 기술에 투자하려는 의지를 관철했다. 한국은 조선, 반도체 등 전략산업이 있었기에 선방한 셈이다.

기술이 곧 경제이자, 안보, 외교인 시대다. 기술 전쟁에서 어떻게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질문 하나. 나침반, 종이, 인쇄술 등 4대 발명품은 모두 중국에서 나왔는데, 왜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되었을까. 전문가들은 '특허제도'를 핵심 이유로 꼽는다. 또 하나. 미국기업들은 스타트업에 대규모 인수합병(M&A)을 단행한다. 기술 탈취에는 막대한 법적·경제적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 제도 덕분에 기술과 인재가 몰리고, 생태계가 확장된다.

미국 헌법에는 특허제도가 명시돼 있다. 산업혁명 후발 국가였던 미국은 기술이 절실했고, 특허를 기반으로 '창의의 미국'을 만들어냈다.

21세기는 기술이 곧 국력이다. 토지, 자본, 노동이 아닌 인공지능(AI), 바이오, 반도체, 콘텐츠 같은 무형자산이 경제 성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세계는 무형자산에 유형자산보다 3.7배 더 투자하고 있다. 미국 S&P500 기업 가치의 90%도 무형자산에서 나온다.

한국은 어떤가.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보호하고 확장할 지식재산 제도는 여전히 취약하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권리자의 승소율은 20%, 평균 배상액은 6000만원 수준이다. 미국은 승소율 70%, 배상액 약 67억 원이다. 국내 중소기업 90%는 애초에 소송을 포기한다. 기술을 지켜내지 못하면 기술 강국이 될 수 없다.

1. 특허심사 인력을 늘리고, 심사 기간을 줄여야 한다.

한국의 특허심사 처리 기간은 평균 16.1개월이다. 유럽은 5개월, 일본은 9.5개월이다. 이처럼 느린 심사로 2012~2020년 약 4.9조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 스타트업은 특허 등록이 늦으면 투자도 날아간다.

중국은 CATL의 특허를 39일 만에 등록했고, CATL은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이 되었다. 한국도 첨단기술은 2개월, 일반특허는 1년 내 심사 완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2. 지재권 소송제도에 전문성과 속도를 더해야 한다.

현재 지식재산 소송을 일반 법원과 검찰이 맡아 전문성이 부족하고, 4~7년까지 장기화한다. LCD 영업비밀 유출 사건은 기소까지 3년, 판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기술은 낡고, 기업은 회복 불능에 빠졌다.

기술 유출 범죄의 실형 선고율은 9%에 불과하다. 처벌은 약하고 수사는 느리다. 이 현실에서 누가 기술에 투자하겠는가.

지재권 범죄 전담 수사·재판 조직이 필요하다. 기술 이해력을 갖춘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

3. 발명가에게 정당한 보상을 주는 세제 개혁이 필요하다.

직무발명 보상금에 최대 45%의 소득세를 부과한다. 로또보다 높은 세율이다.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나 해외로 빠지는 이유다.

실제로 양자·AI·반도체 핵심 인재 최소 13명이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했다.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보상금을 전액 비과세로 전환해 연구자가 기술에 몰입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이공계를 살리고, 기술 유출을 막는 길이다.

4. 지식재산 공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뛰어난 기술을 갖고도 저평가되는 기업이 많다. 일본은 지식재산 공시제도를 제도화했다. 그 결과 기업의 신뢰도와 투자 유치 능력이 향상됐다.

한국도 특허, 콘텐츠, 브랜드, 소프트웨어 등 무형자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자자 신뢰를 높이고, 자본이 벤처로 흐르게 해야 한다.

5. 콘텐츠 IP 보호와 지역 지식재산 전략도 함께 가야 한다.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세계 8위지만, 콘텐츠 IP 산업은 17위다. 원천 IP 확보와 글로벌 전략이 부족하다. 웹툰이 세계적 히트를 쳐도 원작 작가는 수익에서 소외되곤 한다.

또한 K-푸드, K-뷰티 기업은 브랜드 도용 피해도 빈번하다. 지역 맞춤형 전략과 글로벌 IP 지원, 딥페이크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

특허는 기술 국가의 생명줄이다. 기술은 만들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 지금 우리는 보호 제도가 약한 모래성 위에 있다. 지식재산 제도는 규제가 아니라, 성장의 엔진이다.

특허가 기업의 무기가 되고, 연구자의 땀이 보상받는 나라,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나라, 그것이 진짜 '지식재산 강국'이다. 기술 거래와 M&A가 쏟아질 때, 주식시장은 활황을 맞고, 자본과 인재는 한국으로 몰려온다. 대한민국은 기술 혁신을 통한 전략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이광재 PD (전 국회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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