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가격이 국제 거래가를 20% 가까이 웃도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에서나 목격된 ‘김치 프리미엄’이 금 시장으로 옮겨간 양상이다.
지난 13일 KRX금시장에서 그램(g)당 금 현물 가격은 런던귀금속거래소(LBMA) 가격보다 19.47% 비쌌다. 2014년 한국거래소의 KRX금시장이 생긴 뒤 가장 큰 격차다. 괴리율이 10%를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서 5% 안팎의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국 투자자는 해외에서 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에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로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국경을 넘는 자본 이동을 엄격히 통제해서다. 가상자산을 주식처럼 공매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코인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거래는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웃돈이 붙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
금은 사정이 다르다. 세계 어디서든 가치가 통용되는 자산으로, 괴리율이 높아지는 일이 드물다. KRX금시장의 현물을 대체하는 괴리율이 없는 상품도 많다.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만 봐도 가격 변동폭이 두 배인 ‘레버리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인버스’ 등 금 관련 상품이 종류별로 마련돼 있다. 2014년부터 지난달까지 한국과 국제 금 가격 차이가 하루 평균 0.46%에 불과한 것도 이 때문이다.
괴리율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은 것은 금값 상승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일거에 몰린 영향으로밖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지금 못 사면 가격이 더 오른다’는 불안심리가 ‘묻지만 매수’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주식시장 부진이 ‘금값 발작’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장’을 탈출한 유동자금이 금 현물에 한꺼번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코스피지수는 수년째 2500선 박스권에서 횡보 중이다.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것은 투자자의 자유다. 하지만 20%에 가까운 추가 비용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 역사적으로도 ‘광풍’을 추종한 투자는 대부분 끝이 좋지 못했다. 지금의 ‘금 김치 프리미엄’은 과도하다는 게 중론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