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폐광의 재발견

1 month ago 16

입력2025.09.24 17:39 수정2025.09.24 17:39 지면A31

[천자칼럼] 폐광의 재발견

산업혁명을 이끈 에너지원인 석탄은 요즘 설 자리가 없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몰려 쓰임새가 줄고 있다. 탄광도 사라지고 있다. 이미 주요 선진국 중에선 탄광을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 광부 등 현장 인력을 구하기 힘든 데다 채산성도 높지 않아서다. 한국에서도 탄광 시대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국영 탄광인 강원도 삼척 도계광업소가 지난 6월 말 문을 닫았다. 탄광 관리를 맡은 국내 최초의 공기업 대한석탄공사는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남겨진 폐광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폐광을 활용해 지방소멸 속도를 늦추는 게 지자체들의 공통된 목표다. 2023년 강원 태백시 장성광업소 폐광 부지에 들어선 ‘넥스트온 딸기 클러스터’가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딸기를 키우는 실내 스마트팜으로 연간 300t의 딸기를 수확할 수 있는 시설이다. 해외에는 폐광을 개조한 체험형 시설이 많다. 대만의 관광명소인 광부 마을 ‘진과스’가 대표적이다. 미국 미주리주처럼 폐광을 공공 체육시설로 개조해 쓰는 곳도 있다.

최근엔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올랐다. 지난달 전남 장성군은 LS일렉트릭이 고려시멘트 폐광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조성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 시설을 가동하는 게 목표다. 태백시도 SH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폐광 데이터센터 설립을 희망하는 기업을 찾고 있다. 폐광 내부는 지상보다 온도가 낮고, 지하수를 활용하기도 쉽다. 열 관리가 핵심인 데이터센터와 궁합이 잘 맞는다. 보안 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핵심 설비가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 테러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폐광 데이터센터의 걸림돌은 복잡한 절차다. 토지 용도를 바꾸려면 도지사의 신청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환경과 안전 영향평가, 주민 동의 절차 등도 거쳐야 한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기를 끌어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설비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국에 있는 폐광은 300곳이 넘는다. 발 빠른 규제 개선과 신속 행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