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지원을 받는 최대 무장 세력이 레바논의 시아파 민병대 헤즈볼라다.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던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해 9월 27일 지하 18m 은신처에서 회의를 주재하다가 이스라엘 전투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때 무기로 사용된 것이 ‘BLU-109’라는 관통 폭탄, 벙커버스터다.
벙커버스터는 군사위성을 활용한 유도시스템을 통해 표적에 도달한 뒤 그 직후가 아니라, 내부로 파고들어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졌거나 지하에 숨겨져 방호력이 높은 벙커 등 구조물을 파괴하는 데 쓰인다. 헤즈볼라 지도부를 제거한 BLU-109는 탄두 중량 1t으로 지하 15m 이상 뚫고 들어갈 수 있다.
벙커버스터의 진화는 정밀타격 능력의 개선과 궤를 같이했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군이 사용한 GBU-28은 지하 30m를 뚫어 ‘딥 스로트(deep throat)’란 별명이 붙었다. GBU는 ‘guided bomb unit’의 약자로 유도폭탄을, 28은 28번째 모델임을 지칭한다. 해리슨 포드 주연의 영화 ‘긴급명령’에서 마약 조직의 지하 아지트를 송두리째 날린 장면에도 등장한다.
GBU-28은 이번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도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 나탄즈의 핵농축 시설을 타격하는 데 이 무기가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벙커버스터의 끝판왕은 GBU-57 MOP다. 중량 14t에 지하 60m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현존 유일의 스텔스 폭격기로, 대당 가격이 24억달러에 달하는 B2 스피릿으로만 운반·전개가 가능하다.
GBU-57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 핵시설의 심장 격인 산악지대 포르도의 지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꼽힌다. 이란은 현재 이곳에 보관된 우라늄으로 3주 만에 핵탄두 9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 급거 귀국한 것도 GBU-57 지원을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외신 보도다. 이란만큼 트럼프의 결정을 예의주시하는 곳이 북한이다. GBU-57의 최초 개발 목적이 북핵 시설 정밀 타격이었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