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암호화폐 시장에 첫발을 들이는 이들은 대개 비트코인부터 산다.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대장 코인에 장기 투자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등락폭이 제한적이자 이내 지루함이 찾아온다. ‘이더리움이 기술적으로 낫지 않을까’ ‘리플이나 솔라나가 더 오를지도 모른다’ 등의 생각이 꼬리를 문다. 이들 코인은 비트코인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메이저 코인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다.
자연스레 눈길은 ‘한 방’을 노리는 알트코인으로 간다. 거래량이 적고 실체도 불분명하지만 ‘잘 고르면 수십 배도 간다’는 환상은 대부분 투자자를 깡통 계좌로 몰아넣는다. 손실을 만회하려고 대출까지 끌어다 쓰면, 결국 마지막 선택지는 고위험 파생상품인 코인 선물이 된다. 코인이 오를지(롱) 내릴지(쇼트) 방향성만 맞히면 된다는 착각 아래 최대 100배까지 레버리지를 건다. 시장이 예상을 벗어나면 한순간에 전 재산이 증발하는 도박이다. 증거금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반대 매매가 이뤄지는 이른바 ‘청산 빔(beam)’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격 그래프가 빛줄기처럼 일직선으로 치닫는 양상을 빔에 빗댄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쳤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이 급락했고, 191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선물이 강제 청산됐다. 사상 최대 규모로, 이 중 90%가 상승에 베팅한 롱 포지션이었다. 한국 투자자의 손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선물 거래가 불가능해 대부분이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해외 거래소를 통해 레버리지 투자에 나선 젊은 층일 것이다. 실제로 한국인의 바이낸스 거래 중 90% 이상이 파생상품이고, 거래 대금이 조(兆) 단위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워런 버핏은 “시장은 조급한 사람에게서 인내하는 사람에게로 돈을 옮겨주는 장치”라고 했다. 투기적 거래는 이런 원리에 맞지 않는다. 변동성이 증시보다 훨씬 큰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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