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주식보다 더 오른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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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08 16:56 수정2025.10.08 16:56 지면A19

[천자칼럼] 주식보다 더 오른 금

올해 세계 자산시장은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주식, 비트코인 등 위험자산은 물론 금, 은 같은 안전자산도 무서운 기세로 오르고 있다. 주목할 것은 안전자산의 상승폭이다. 올 들어 금은 52% 급등하며 온스당 4000달러 고지에 올라섰다. 글로벌 증시 대표 격인 미국 S&P500지수(15%)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는 코스피지수(48%)보다 높은 상승률이다. 너무 급등한 탓에 ‘안전자산’이란 수식어가 어색해질 정도다.

성격이 다른 두 자산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도 이례적이다. 금과 주식은 역(逆)의 상관관계를 갖는다. 경기가 좋을 때는 주식이, 나쁠 때는 금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상식이 깨진 이유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갈 곳이 없고, 주요국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지 못해 안달이다. 돈의 가치가 뚝 떨어졌다는 얘기다. 일본 차기 총리로 지목될 예정인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신임 총재의 취임 일성도 재정지출 확대와 저금리 유지였다. 하나 같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들이다.

시장이 심상찮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금값 상승세는 지나친 감이 있다. 금값이 1년도 못 돼 50% 넘게 오른 것은 오일 쇼크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1979년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값 랠리의 원인이 백악관에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를 어둡게 전망한 투자자들이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금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7년 만에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인 업무정지)돼 정부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내년 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4300달러에서 49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는 뒤숭숭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진다는 메시지다. ‘공포 자산’인 금의 상승세가 반갑지만은 않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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