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재택근무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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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0.01 17:27 수정2025.10.01 17:27 지면A31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6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에게 “9월부터 주 3일 사무실로 출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변이 확산과 직원들의 집단 반발에 부딪혀 일정은 몇 차례 연기됐다. 결국 2022년 4월 주 1일 출근을 시작했고, 같은 해 9월이 돼서야 주 3일 출근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이후 알파벳(구글), 메타(페이스북) 등도 잇따라 ‘3일 출근+2일 재택’의 하이브리드 근무로 전환했다.

[천자칼럼] 재택근무 폐지

애플이 미국 빅테크 가운데 가장 먼저 복귀 방침을 내놨다면, 테슬라는 가장 강경하게 원격근무를 금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2년 6월 “원격근무는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주 40시간 이상 지정된 사무실에서 일하지 않으면 ‘근무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출근을 거부한 직원들은 해고했다.

재택근무의 효과를 두고는 여전히 논란이 크다. 이직률을 낮추고 성과를 높인다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근태 관리가 어렵고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물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만 보면 원격근무가 훨씬 낫다. 재택근무 축소가 인재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업들의 우려도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 속에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코로나19 시기에도 재택이 제한적이었고, 상당수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들도 재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아마존과 델은 올해부터 주 5일 출근을 원칙으로 삼았다.

현대오토에버가 다음달부터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재택근무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재택 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모럴 해저드가 대거 적발됐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도 ‘사무실 복귀’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노조는 복지 축소로 받아들여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관세와 통상 압박, 내부적으로 각종 규제에 짓눌린 기업들에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지금은 유연근무제보다 기업의 생존이 더 우선돼야 할 때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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