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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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0 17:52 수정2025.02.10 17:52 지면A31

[천자칼럼] 아! 부산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남천동은 1980년대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이었다.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 투수 최동원 선수 등 유명인도 많이 살았다. 당시 남천동 삼익비치 아파트 대형 주택형 가격은 압구정 현대 30평형대와 비슷할 정도였다. 부산은 제2의 도시로서 위상이 확고했다.

그랬던 부산이 인구 감소로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록적으로 낮은 출산율의 한국에서도 특히 부산은 젊은 층의 탈출이 심해 도시가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첨단산업으로의 전환 실패, 고급 해변 아파트 건설에 따른 집값 상승 등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 소멸이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부산을 콕 집어 지목한 것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과장된 것도 아니다. 지난해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부산 초등학교는 21곳이나 됐다. 부산은 고령화 도시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청년층(만 15~39세) 인구는 88만 명(2023년 기준)으로 전체의 27.5%에 불과하다. 8개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65세 이상 노년층 비율은 22.8%로 최고다. 젊은 층의 ‘부산 탈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 서울 인구가 21.5% 감소(2020~2050년)하는 동안 부산 인구는 33.57% 급감(부산연구원)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탈부산의 가장 큰 원인은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다. FT 역시 “부산은 삼성과 LG의 탄생지지만 지금은 한국 100대 기업 중 어느 곳도 이 도시에 본사를 두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 의료, 문화 등 핵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도 한 요인이다. 작년 1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것은 부적절한 것이었지만, 지방 의료에 대한 불신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지방 소멸은 이제 단순히 대응기금을 나눠주는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국가적 차원의 획기적 대책이 절실한 때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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