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쩜삼과 국세청의 세금 환급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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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17 17:46 수정2025.02.17 17:46 지면A35

세계 세금 징수기관 중 한국 국세청만큼 이용이 편한 곳도 찾기 쉽지 않다. 특히 개인 편의성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홈택스에 들어가면 종합소득세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 등 웬만한 세금은 혼자서도 낼 수 있다. 직장인은 노트북으로 클릭 몇 번만 하면 5분 안에 연말정산을 끝낼 수 있다. 국세청이 2002년 홈택스를 내놓은 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덕분이다.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사나흘 관련 서류와 씨름한다는 미국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천자칼럼] 삼쩜삼과 국세청의 세금 환급 공방

이렇게 뛰어난 서비스 시스템을 장착한 국세청도 2020년 등장한 민간 세무 플랫폼 ‘삼쩜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원천세율 3.3%에서 서비스 명칭을 따 왔으며 세금 환급 대행 서비스가 핵심이다. 카카오톡 대화창 위에 보이는 ‘[체크] 환급금: 265,568원’이 삼쩜삼으로 연결되는 광고 문구다. 삼쩜삼은 환급 세액에 따라 10~20%를 수수료로 받는다.

삼쩜삼이 입소문을 타자 종소세 환급 신청은 2022년 37만3000건에서 지난해 상반기에만 65만3000건으로 늘었다. 환급 신청이 급증하다 보니 일선 세무서엔 일손 부족으로 꼼꼼하게 점검하지 못하고 신청한 대로 세금을 내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이에 따라 종소세 환급액은 2022년 3500여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을 훌쩍 넘어섰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문제는 중복·부당 신청에 기반한 부정 환급이다. 대표적인 게 소득 100만원이 넘는 가족을 부양가족으로 올려 인적공제 150만원을 받은 경우다. 부정 환급인 만큼 환급액을 토해내고 최대 40%의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 국세청은 삼쩜삼이 과장·허위 광고를 하면서 부당 신청이 늘었다고 보고 점검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세청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놓고 애먼 플랫폼 탓을 한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용자가 올바르지 않은 정보를 입력해도 플랫폼이 걸러낼 방법이 없고 이는 홈택스도 마찬가지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국세청으로선 부정 환급을 막아야 하겠지만 이번 점검이 세무 플랫폼에 대한 분풀이나 규제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박준동 논설위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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