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제정된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암표 처벌법’이다. 나루터·정류장 등에서 입장권을 웃돈 받고 되팔면 2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루터’라는 표현에서 보듯, 온라인·모바일이 일상이 된 오늘날의 암표 거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오프라인 거래만 겨냥했고, 실제 단속과 집행도 많지 않았다.
암표는 꾸준히 존재했지만, 2020년대 들어 더는 방치하기 힘든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임영웅, 아이유 등 인기 가수 공연 티켓이 정가의 수십 배인 수백만원에 거래됐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있다. 한 번 입력으로 무한 반복이 가능한 매크로는 정상 이용자의 예매 기회를 빼앗고, 일부 암표상이 표를 가로채게 했다.
정부는 결국 2023년 공연법을 개정해 매크로를 이용한 암표상에게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이 법이 시행됐으니, 50년 만에 새로운 암표 처벌 규정이 생긴 셈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암표 거래를 처벌해야 한다는 제도 개선안을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매크로로 구한 티켓을 되팔지 않고 직접 쓰면 어떨까. 적발되면 예매처는 대부분 구매 취소나 향후 예매 제한 등 불이익을 준다. 하지만 형사 처벌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대량·상습적으로 시스템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될 때만 대상이 된다. 실제로 올 설 연휴를 앞두고 수서고속철도(SRT) 승차권을 매크로로 예매한 이들이 최근 업무방해 혐의로 송치된 바 있다. 이들의 불법 접속은 무려 6400만 건에 달했다.
지난 17일 코레일의 추석 기차표 예매 사이트는 최대 185만 명이 동시 접속해 장시간 지연과 다운을 겪었다. 취소표를 잡기 위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이들에게 매크로와 암표는 큰 유혹으로 다가온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밑도는 명절 승차권을 지금처럼 선착순으로 배분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청약처럼 추첨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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