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독자를 안타깝게 한 장면 중 하나로 촉나라의 승상 제갈량이 위나라를 상대로 치른 북벌이 꼽힌다. 휘하 장군 위연이 소수 정예병을 이끌고 샛길로 달려가 위의 요충지 장안을 기습하겠다는 변칙 전략을 건의했지만, 제갈량은 정공법을 고수했다. 강대국 위를 약소국 촉이 정공법으로 이기는 건 무리였다. 다섯 번의 북벌은 전부 실패했고 촉의 국력은 쇠락했다.
명운을 건 싸움에서 약자가 이기려면 ‘승부수’가 필요하다. 역사가 말해준다. 1560년 중소 영주였던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 동부를 장악한 이마가와 요시모토를 무너뜨린 ‘오케하자마 전투’가 대표적이다. 오다는 2000명 결사대로 2만5000명 대군과 함께 진군한 이마가와의 목을 베었다. 폭우 직후 혼란을 틈타 이마가와의 본대로 돌진한 전략이 통했다. 카르타고의 장군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 것도 손꼽히는 약자의 승부수로 꼽힌다.
승부수의 성공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치밀한 준비와 냉철한 형세 판단은 기본이다.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절박함, 상대의 허를 제대로 찌르는 변칙성도 필요하다. ‘강자의 방심’이라는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한다.
최근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승부수가 나왔다. ‘메모리 톱3’ 중 약자로 평가받는 미국 마이크론이 주인공이다. 내년 시장이 열리는 6세대 HBM(HBM4)과 관련해 마이크론은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 ‘로직 다이’를 자체 개발·생산하기로 했다. 로직 다이 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에 맡기는 경쟁사와 다른 행보다. 파운드리 외주 비용도 아끼고, 개발의 신속성도 확보하려는 승부수다.
마이크론의 승부수에 우려도 크다. HBM 1위 SK하이닉스는 수성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전성기 때의 기술력을 회복 중이다. 큰손 HBM4 고객 엔비디아가 제품 스펙을 계속 올리는 것도 리스크로 꼽힌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처럼 약자의 승부수가 실패한 사례도 많다. 공통점은 궤멸 수준의 타격을 받는다는 것. 마이크론의 전략은 승부수일까 무리수가 될까. 내년 HBM4 3자 대전에서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황정수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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