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4대 총리로 예정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자민당 총재는 1984년 고베대를 졸업한 뒤 3년간 더 배움의 길을 걸었다. 정규 학위가 없는 그 코스는 일본의 대표적 정치인사관학교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이다. 사나에 총재가 5기 숙생으로, 이 정경숙은 1기 숙생인 노다 요시히코에 이어 두 명째 일본 총리를 배출하게 된다.
‘경영의 신’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1894~1989)가 정경숙을 개숙한 것은 85세 때인 1979년. 사재 70억엔에 기업 헌금 50억엔을 들여 후지산과 태평양이 모두 보이는 도쿄 도심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인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에 설립했다. 마쓰시타가 모델로 삼은 것은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이 1857년 고향 야마구치현에 세운 학당 쇼카손주쿠(松下村塾)다. 쇼카는 松下의 일본어 음독, 마쓰시타는 훈독이다. 일본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등이 쇼카손주쿠 출신이다. 요시다의 일본 내 위상은 그가 야스쿠니 신사 1호 봉안 인물이라는 데서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요시다가 쇼카손주쿠에서 일본 근대화의 선봉장들을 길러냈다면, 마쓰시타의 정경숙 설립 취지는 21세기 일본 리더들을 키우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중퇴 후 오사카에서 사환으로 시작해 경영의 신으로 불리게 된 대기업인의 숙원 사업이 국가 지도자 양성에 일조하는 것이었다. 학습 과정은 숙생들로 하여금 어떤 사람이 정치인이 돼야 하는가를 고민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22~35세의 지원자 중 선발된 숙생들은 오전 6시 기상 후 청소로 일과를 시작하고, 외부 강사 강의 외에도 다도, 서예, 검도 등 일본식 전인교육과 24시간에 100㎞를 걷는 극기 훈련도 받는다.
마쓰시타의 인생 행로처럼 이 정경숙의 교육 모토는 자수자득(自修自得)이다. 정경숙 과정에서 미국 연방하원 의원실에서 보좌관 경험을 쌓은 다카이치 총재 역시 자수자득형이다. 한국에도 몇몇 기업인이 정치를 바꾸겠다며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가 곧 좌절하고 말았다. 그들이 마쓰시타처럼 정치 지도자 양성에 눈을 돌렸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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