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러시아의 북한군과 '빙장(氷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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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7 17:49 수정2025.02.27 17:49 지면A35

전사자 시신 처리는 예부터 전장의 사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631년 당 태종은 고구려가 요서 지역에 수나라 군사의 유골로 쌓은 ‘전승탑’인 경관(京觀)부터 파괴하며 고구려 침공의 전의를 불태웠다. 스파르타의 ‘300 결사대’에 막혔던 페르시아 크세르크세스 대왕은 스파르타군을 이끈 레오니다스의 사체를 훼손하는 것으로 졸전의 분풀이를 했다. <일리아스>에선 트로이의 국왕 프리아모스가 아들 헥토르의 유체를 찾고자 홀로 적진으로 향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천자칼럼] 러시아의 북한군과 '빙장(氷葬)'

통상 시체는 사망 3~4시간 뒤부터 부패가 시작돼 6시간 뒤엔 피부가 청록색으로 변하고, 몸이 부풀면서 악취를 풍긴다. 하지만 부패 속도와 양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총포탄에 훼손된 사체가 혹한과 혹서, 습도 등으로 한 번 더 기괴하게 변형된 모습은 살아남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된다. “러시아에서의 죽음은 아프리카의 죽음과는 다른 냄새를 풍겼다”는 소설가 에리히 레마르크의 건조한 문장에는 참전 병사들의 처절한 경험이 진득하게 녹아 있다.

북한이 내부 민심 동요를 우려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사망한 자국 군인의 시신 인계를 거부하고 ‘빙장(氷葬·promession)’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나왔다. 북한의 해외 주재원들이 시신을 급속 냉동해 분쇄하는 빙장 설비를 알아보는 동향도 감지됐다고 한다. 전사자 부모에게 끔찍한 상태의 시신을 인도하면 민심 이반이 클 수밖에 없어 낯선 장례 수단까지 알아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스웨덴 생물학자 수잔 비예메사크가 1997년 제시한 빙장은 영하 196도 액체 질소에 인체를 급속 냉각해 분말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거부감까지 겹치면서 스웨덴 내 빙장 회사는 단 한 건의 실적도 없이 2015년 청산됐다.

미군의 전사자 유해 수습에서 보듯 제대로 된 나라라면 전사자에게 최대한 예를 갖춘다. 반면 떳떳하지 못한 전쟁에 용병으로 팔려 간 북한군은 죽어선 음식물 쓰레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이런 군대에 사기라는 것이 있을 리 없다. 무엇보다 ‘동결 건조가루’가 된 자식을 마주할 부모의 얼어붙은 가슴은 누가 녹이나.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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