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민 반대 직면한 '25만원 쿠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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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2.21 17:38 수정2025.02.21 17:38 지면A23

대영제국의 전성기는 1859년 출간된 새뮤얼 스마일스의 <자조론(Self-Help)>이 큰 반향을 얻은 때와 겹친다. 출간 1년 만에 2만 부라는 당시로선 기록적으로 팔린 이 책에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문구로 상징되는 ‘자조(自助)’와 근면, 인내 등 산업혁명 수행에 필요한 가치가 집약돼 있다. 공교롭게도 이후 토머스 칼라일과 찰스 디킨스 등 ‘비판적 지식인’을 통해 반(反)기업 정서가 힘을 얻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향한 동경이 퍼지며 영국의 ‘좋은 날’도 저물었다.

[천자칼럼] 국민 반대 직면한 '25만원 쿠폰'

국가와 사회의 전성기는 그 구성원이 ‘근면’의 가치를 얼마나 높게 쳐주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년 365일을 밤낮으로 일했기에 가능했던 ‘한강의 기적’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역사학자들이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의 성공 요인으로 그에 선행한 ‘근면혁명’(Industrious Revolution)에 주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대로 쇠퇴기를 가늠하는 기준은 ‘근면’의 반대말 격인 ‘공짜’로 삼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성공과 실패 중 어느 길을 가고 있을까. 이를 가늠할 지표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이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55%)이 찬성하는 답변(34%)을 압도했다. ‘국가가 공짜로 돈을 주겠다’는데 국민 대다수가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어서 함의가 작지 않아 보인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간 이를 노린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복지’와 ‘분배’의 탈을 쓰고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다’는 건 불변의 법칙이다. 국가가 돈을 풀면 재정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재정이 악화하면 국채 발행을 늘리게 되고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이 뒤따른다. 이제 국민도 공짜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진부하게만 여겨진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것은 가장 성실한 자”라는 스마일스의 일성이 달리 들리기 시작했다.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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