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빌로니아에선 ‘바루’라고 불리는 사제들이 제물의 간 모양을 살펴서 미래를 점쳤다. 100여 개 점토판에 새겨진 점괘 목록은 8만여 개나 전해진다. 하지만 간의 돌출부 모양을 보고 내놓은 ‘유명한 사람이 당나귀를 타고 올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예언은 장래를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질 못했다.
확률이론은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열망에서 등장했다. 주사위 3개를 굴리면 합이 10이 나오는 경우가 합이 9가 나올 때보다 많다고 경험 많은 도박사들은 짐작만 했다. 노름꾼이기도 한 수학자 지롤라모 카르다노는 1564년 <우연의 게임 지침서>에서 세 숫자의 합이 9나 10이 되는 방법의 수는 동일(각각 6가지)하지만, 세 숫자의 순서가 구별되는 조합의 수가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합이 10이 되는 경우는 27가지, 합이 9인 경우는 25가지였다. ‘3+3+3=9’와 같은 사례가 전체 확률에 미묘한 변화를 줬다.
그런데 치밀한 계산으로 확률이 높은 곳에 베팅해도 바람은 쉽사리 현실이 되지 않는다.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짜릿한 승부의 아쉬움만 더할 뿐이다. 페르마, 파스칼, 하위헌스, 베르누이 등 유명 수학자들이 도박판에서 조금이라도 더 따기 위해 머리를 싸맸지만 빈손으로 돌아섰다.
확률은 수많은 변수의 영향을 받는다. 실전에서는 주사위의 어느 면이 나올지조차 공평하지 않다. 주사위가 공중에서 얼마나 빨리 회전하느냐, 바닥에서 몇 번 튀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 완벽한 정육면체 주사위도 던지기 전에 위를 향했던 면이 나올 확률이 55.8%로 이론상 수치(16.7%)를 크게 웃돌았다는 연구 결과 또한 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예선 남아공전에서 패배한 탓에 32강에 진출하려면 9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3가지가 충족돼야 했는데 8가지 조건이 줄줄이 무산됐다. 변수가 많은 게 축구의 세계라지만 실력이 아니라 운에 기대려고 한 모습은 볼썽사납다. 땀 흘린 자에게 행운의 여신이 미소 짓는다는 진리를 외면한 대가를 호되게 치른 것은 아닐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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