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두 건의 폭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상.” 2013년 4월 23일 오후 1시7분(미국 동부시간) AP통신 트위터(현재 X) 계정에 한 줄의 속보가 떴다. 뉴욕증시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3분 후인 1시10분.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47포인트(약 1%) 급락했다.
얼마 있지 않아 “아무 일도 없다”는 백악관 성명이 나왔다. AP통신도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해 벌어진 일”이라고 다급히 해명했다. 1시14분이 되자 다우지수는 126포인트 반등하며 제자리를 찾았다. 그 7분간 뉴욕증시 시가총액은 1360억달러(약 200조3000억원)나 출렁거렸다.
그제 미국에서 벌어진 가짜 뉴스 소동도 2013년과 판박이다. 오전 10시11분 ‘해머 캐피털’이란 X 계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나라의 관세와 관련해 ‘90일 일시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글이 뜬 것이 시작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의 인터뷰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었다. 생방송 중이던 CNBC 앵커가 뉴욕증시가 급반등한 이유를 설명하며 해당 게시글을 소개했고, 로이터통신은 이 내용을 뉴스라고 착각해 속보로 보도했다. 사태가 진정된 것은 가짜 뉴스라는 백악관 해명이 나온 10시41분이다. 30분 해프닝에 이날 다우지수는 2595포인트(약 7%) 오르내리며 하루 변동폭 신기록을 썼다.
SNS를 통해 유포된 가짜 뉴스가 증시를 뒤흔드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종목 단위에선 하루가 멀다고 사고가 터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기 세력이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일도 있지만, 해킹이나 오해에서 비롯한 가짜 뉴스도 적지 않다.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든 챗봇이 사람을 가장해 SNS에 잘못된 정보를 뿌리는 사례도 보고된다.
SNS 가짜 뉴스가 상수가 된 만큼 투자자는 바짝 긴장해야 한다. 사실 여부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뜻하지 않은 손실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생태계를 만든 주역 중 하나인 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가 SNS를 ‘바보들의 앰프’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부작용 때문일 것이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