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AI 스마트폰 모서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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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04 17:28 수정2025.06.04 17:28 지면A35

휴대폰의 모서리에 관심이 커진 계기는 스마트폰의 등장이다. 폰을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사람들이 ‘그립감’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각진 폰의 모서리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변해갔다. 애플은 아예 아이폰의 정체성으로 둥근 모서리를 내세웠다. 삼성 갤럭시의 추격에 애플은 모서리 특허를 앞세워 소송을 걸기도 했다. 두 회사의 ‘모서리 전쟁’은 2011년부터 7년간 이어졌다.

[천자칼럼] AI 스마트폰 모서리 전쟁

인공지능(AI)폰 시대가 오면서 모서리가 다시 기업의 전장으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폰 화면의 하단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면 ‘AI 에이전트(비서)’ 프로그램이 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AI 기업의 경쟁이 치열하다. 곧바로 수억 명의 갤럭시 사용자를 고객으로 흡수할 수 있어서다. 조 단위로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건 덤이다.

승기를 잡은 건 구글의 AI 에이전트 제미나이다. 현재 갤럭시 AI폰의 모서리를 쓸어 올리면 ‘제미나이에게 물어보세요’란 문구가 나온다. 검색창에 문자 또는 음성으로 질문을 넣자마자 제미나이는 척척박사처럼 답을 준다. 삼성이 개발한 AI 음성 비서 빅스비를 밀어낼 정도로 성능을 인정받는다. 공짜 승리는 아니다. 구글이 제미나이를 갤럭시에 넣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썼다는 사실이 미국 법무부 수사로 알려지기도 했다.

구글로 기운 듯한 모서리 전쟁이 최근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삼성이 구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제2의 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유력 후보로는 오픈AI의 대항마로 불리는 퍼플렉시티가 거론된다. 사람들의 당혹감(퍼플렉시티)을 해소하겠다는 포부를 사명에 넣은 이 AI 검색 회사는 오픈AI 출신 엔지니어가 2022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했다. 정보의 출처를 제시하고 팩트 검증 자료를 적시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퍼플렉시티가 끝이 아니다. 앤스로픽 등 구글 제미나이를 대신하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행렬은 끝없이 늘어서 있다. 아쉬운 점은 이 행렬 어디에도 한국 기업이 없다는 것. 혁신을 무기로 삼성전자와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미국 스타트업의 비상이 부러우면서 두렵기도 하다.

황정수 산업부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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