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원연, 관련 연구논문 발표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한반도 남동부를 관통하는 약 200km 길이의 양산단층에 있는 인보구간에서의 연구 결과, 지진 활동과 기후변화가 결합해 이 지역의 대규모 지형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평구, KIGAM) 지질재해연구본부 이태호 박사 연구팀은 양산단층 인보구간에서 채취한 퇴적층 시료의 정밀 연대측정을 통해 한반도의 지진 활동과 기후변화가 지형 형성에 미친 영향을 새롭게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광여기루미네선스(OSL) 연대측정과 저어콘(zircon) 우라늄-납 연대측정법을 적용해 약 7만 년 전 한반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형 변화의 원인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광여기루미네선스(OSL,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 연대측정법은 석영이나 장석 같은 광물이 마지막으로 태양광에 노출된 이후 지층에 묻혀 있는 동안 축적된 방사선 에너지를 측정해 퇴적물의 연대를 결정하는 현대적 연대측정 기술이다.
저어콘 우라늄-납 연대측정법은 저어콘은 물리적·화학적으로 매우 안정적 규산염 광물로, 장기간 변형이나 화학적 변화 없이 보존될 수 있어 연대측정에 널리 활용된다.
연구팀은 양산단층 인보구간 퇴적층 분석으로 △약 7만 년 전을 기점으로 퇴적물의 공급원과 퇴적속도가 급격히 변화했으며 △퇴적물의 기원이 서쪽 산지(유천층군)에서 동쪽 산지(하양층군)으로 전환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변화는 양산단층의 지진활동과 함께 약 7만 년 전에 시작된 MIS4 빙하기의 강수량 감소로 하천의 침식 능력이 약화하면서 하천이 기존 유로를 유지하지 못해 퇴적물의 공급원과 퇴적 속도에 급격한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이는 한반도의 지형이 단순히 지진 활동의 결과가 아니라 기후변화와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됐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양산단층 인보구간에서의 가장 마지막 고지진 활동은 약 2만9000년 이후, 그 이전 고지진 활동은 7만 년에서 5만 년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하며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의 큰 지진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양산단층에서 지진이 불규칙한 간격으로 군집을 이뤄 발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냄으로써 앞으로 판 내부 단층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주기와 특성 연구를 한층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정밀한 2가지 연대측정 기법을 활용해 한반도의 지질학적 변화를 시간순으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태호 박사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한반도와 같이 판 경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하는 느린 단층의 지진 발생 주기와 특성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한반도의 지진 위험성을 정확히 평가하고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국내 지진 안전성 평가와 재난 대비 정책 수립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해 9월 네이처(Nature)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연구논문(논문명: Dating drainage reversal using mineral provenance along the Yangsan Fault, South Korea)을 통해 발표돼 세계 지질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