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66년 노래 인생, 여한 없다"⋯이미자, '마지막' 앞둔 '엘리지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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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기자 입력 2025.03.05 15:25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은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지만, 마지막 무대가 될 것 같아요. 전통가요를 물려줄 후배들이 있어서, 66년 노래 인생에 여한이 없습니다."

'엘리지의 여왕' 이미자가 노래 인생 66년에, '마지막'을 이야기 했다. 국민들의 애환을 담아냈던 노래들, 위로를 안겼던 목소리. 가요계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한 이미자는 '정통가요'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무대에 선다.

가수 이미자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가수 이미자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이미자는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이하 맥을 이음)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주현미와 조항조도 함께 참석해 협업 소감을 밝혔다.

이미자는 "노래한지 66년째 되는 해로, 가장 행복한 날이다. 제가 고집하는 전통가요의 맥을 물려줄 수 있는 후배들과 공연을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주현미는 "제가 데뷔했을 때만 해도 전통가요 1세대 선배들이 생존해 있었다"며 "저와 조항조를 선택해주고, 맥을 잇는 지금 활동하는 후배로 지목해줘서 너무 감사하다. 전통가요의 의미가 더 커졌다. 대중가요, 특히 트로트 장르에서 이제는 역사를 이뤄가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항조는 "선배의 맥을 잇는 후배로 저를 선택해줬는데 그럴 자격이 있나 생각했다. 선생님의 길을 따르고, 후배들에게 뿌리 깊은 전통가요의 맥을 잇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노래 '고맙소' 한 구절을 부르며 선배 이미자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1941년생인 이미자는 열아홉살이던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했으며 이후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흑산도 아가씨' '여자의 일생' 등 숱한 히트곡을 내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미자가 지금껏 발표한 앨범만 500여장을 넘으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과 노래를 발표한 가수이기도 하다. 지난 60년간 격변의 세월을 거듭한 대한민국의 현대사 속에서 민족의 시련과 한, 특히 여성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국민 가수'이자, 한국 가요계의 '거목'이다.

이미자는 전통가요를 해온 지난 시간들을 되짚었다. 그는 "'열아홉순정'으로 데뷔했지만 '동백아가씨'가 나옴으로 해서 이미자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동백아가씨'라는 노래가 33주 간 차트에서 1등을 하고 있었을 때 서구풍의 노래에 밀려 하류, 서민층의 노래라고 했다. 소외감을 느끼고 지냈다"고 떠올렸다.

그는 "독일 위문도 다녀왔는데, 제 노래를 들으며 울고 웃으며 환영해주는 분들을 보면서 긍지감을 느꼈다"고 전통가요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 했다.

이미자는 "전통가요는 우리 공연의 100년사다. 일제 시대에 겪은 설움과 해방의 기쁨을 채 느끼기 전에 6·25를 겪는 고난의 시대였다. 그 때마다 우리 가요의 역할이 컸다.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알려주고, 널리 퍼지게 했다. 그 노래를 갖고 위로하고 위로 받고, 들으면서 애환을 같이 느낀 것이 대중가요라고 생각한다"라며 전통가요의 알맹이를 이야기 했다. 이어 "전통가요는 우리의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주는 노래다.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그 시대를 알려주고 위로해줬던 곡들"이라고 강조했다.

66년 전통가요를 고집하며 노래해온 이미자에게 '맥(脈)을 이음'은 특별한 의미가 담긴 공연이다. 이미자가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무대로, 66년 가수 인생을 함께해온 이미자의 명곡들을 생생한 라이브로 다시 만난다. 이미자는 이번 무대가 은퇴 공연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미자는 "흔히 은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은퇴라는 두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단을 내리는 것이 경솔해서 삼가하고 있었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말을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무대라고 수차례 언급한 그는 "후배들에게 전통가요를 물려줄 수 있는 자리"라고 강조하며 전통가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미자는 "이렇게 든든한 후배들을 고르고 골라서, 전통가요의 맥을 테이블링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것이 이루어졌구나. 콘서트 할 때마다 어려운 시대를 살아온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했다). 자식을 배우게 하고 먹여살리기 위해 애썼던 고통과 우리 가요를 들으며 울고 웃고 위로했던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전통가요는 시대의 흐름을 자부해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고 전통가요에 대한 자부심을 이야기 했다.

이마자는 "그 노래가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서 많이 힘들었다. 질 낮은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소외받기도 한 기억도 있다. 어려움을 함께 해준 노래가 잊혀져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이 노래는 이렇게 해달라'고 했다. 내 대가 사라지면 이 노래가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한 '꼭 이 노래를 잊지 말아달라' 부탁했다.

이어 "포기하고 무대에 설 수 없다 생각했을 때 이 공연이 이야기 됐다. 기꺼이 감사한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우리의 맥을 이을 수 있는 공연을 물려줄 수 있다는 행복한 마음에 열심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이미자는 "은퇴라는 단어가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이제 이 공연을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 후배들에게 다시 물려달라는 부탁과 함께 공연을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공연이냐는 질문에 "은퇴는 좋아하지 않는다. 일평생 살아가면서 단을 내린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냥 노래를 할 수 없을 때 조용히 그만 두는 것이 낫지 않나 생각했다. 은퇴라는 말 대신 마지막이라는 말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주옥 같은 노래들이 사라지지 않고, 우리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고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공연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제작자가 있다. 조용히 사라질 줄 알았는데, 맥을 이을 수 잇는 기회가 와서 이 공연으로 마무리를 충분히 지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미자는 "이제 물려줄 사람이 있고 기회가 생겨서 66년 인생에 여한이 없다. 속상함, 죽고 싶은마음, 기쁜 마음이 혼합되어 지금 이 자리에서 표현할 수없는 기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앉았다"고 말했다.

주현미는 "영광이면서 어깨가 무겁다.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혼자서 작업을 해왔던 것에 명분이 된 것 같다. 전환점이 되어 다시 한 번 전통가요가 서민들에게 깊은 위로가 됐는지 일깨워주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항조는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 선배에게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래에 예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선생님이다"고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었다.

'맥(脈)을 이음'은 오는 4월 26일과 27일 양일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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