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수록 치열해지는 대외 경쟁과 경기 침체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은 우리나라 산업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존 인건비 기반 경쟁력을 가져가던 화학 산업과 함께 반도체·자동차·스마트폰 등 수출 주력 산업에서도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이 생존 이슈가 되고 있다. 2024년 노벨 화학상과 노벨 물리학상 인공지능(AI) 관련 수상은 전반적인 산업 변화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먼저, 노벨 화학상과 관련된 화학·소재·제약 산업 변화는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이다. 특히 AI 기반 신물질 합성은 관련 산업을 전면 재편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오랜 기간 수많은 실험을 거쳐 신물질을 찾아내던 방식은 단기간 AI 기반 신물질 합성으로 바뀌고 있다. '축적의 시간'을 거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통해 빠른 개발, 즉 '압축의 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형 제약 회사의 투자 패턴도 바뀌고 있다. 신물질을 찾아낸 중소 회사에 투자하던 기존 방식에서 AI로 신물질을 합성하는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관련 사업은 샌드위치 상태가 될 위험에 빠져있다. 저렴한 인건비 측면에서는 중국 관련 산업에 AI 관련 신흐름에서는 미국과 중국에 뒤처질 상황이다.
지난해 초 마이크로소프트(MS)는 3200만개 전기차 배터리 후보 물질에서 18개를 골라내는 데 80시간이 걸렸다고 발표했다. 기존 연구실에서는 20년 걸릴 프로세스를 AI를 통해 단축해낸 결과다. 최종적으로 찾아낸 물질은 나트륨 계열이다. 우연히 중국 배터리사는 2023년 상하이모터쇼부터 나트륨 배터리 기반 소형 차량을 발표한 바 있다. 2025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중국 CATL의 밀도를 높인 나트륨 배터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사례가 발표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LG AI연구원과 협력해 1년10개월 걸리던 화장품 후보 물질 발견을 단하루에 마쳤다고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 수집과 표준화·정형화를 거쳐 AI 학습을 통한 차세대 진화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노벨 물리학상 측면에서 기계·장비·로봇·차량 등 산업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조AI는 차세대 산업 경쟁에서 중요한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에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통해 제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중국이 다음 단계 계획을 수립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특히 기계나 공장 운영 등 오랜 기간 경험이 필요한 작업을 AI를 통해 빠르게 끌어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하이 모터쇼에서는 하이퍼 캐스팅을 대대적으로 적용하고, 스마트 팩토리를 통해 가격을 낮춘 차량이 전시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AI-반도체-배터리-생산-차량' 전반적인 지원도 중요한 요소다.
우리나라도 관련 투자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자율제조·제조AI에 노력해야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스마트 팩토리 운영 사례, 테슬라 언박스드 프로세스에 대한 미래 비전, 샤오미 스마트폰 다크팩토리의 양산 사례도 향후 진화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영상· 소리·전류·진동 등 데이터 분석과 휴머노이드·협동로봇· 피지컬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제조AI 측면에서 가야할 길이다. 기존 컨베이어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한 셀-컨베이어 하이브리드 방식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제조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정형화하고 제조AI를 발전시킬 필요도 있다. 중소·중견 기업데이터를 정형화하고 뿌리 산업 기반을 혁신해 우리나라 산업 전반적인 제조 혁신을 이끌어야 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의 어려움을 제조AI로 혁신해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CES 2025에서도 AI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피지컬AI 기반 로봇 진화가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현재의 산업 상황에서 제조AI 기반의 경쟁력 강화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gm1004@kookmi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