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9〉 [AC협회장 주간록109] AC는 정말 너무 많을까, 숫자 아니라 역할 봐야 한다](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6/19/news-p.v1.20260619.40b00c3bd231452295b21fcfe81b6a64_P3.jpg)
최근 창업 생태계 일각에서는 “액셀러레이터가 너무 많아진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등록 기관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일부 기관 투자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정부 지원사업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심지어 액셀러레이터가 본연의 투자기관인지, 정부 사업 수행기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우려도 들린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는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 500개가 넘는 기관이 활동하고 있다. 투자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있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기관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논의를 단순히 “AC가 많다”는 숫자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액셀러레이터 수가 아니라 역할이다.
먼저 한국과 미국 창업 생태계는 출발점부터 다르다. 많은 사람이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성공 사례로 언급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민간 벤처투자 시장이 충분히 형성된 상태에서 액셀러레이터가 성장했다. 반면에 한국은 초기 투자시장이 매우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며 액셀러레이터 제도를 도입했다.
2016년 제도 도입 당시만 해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문기관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창업기업들은 자금 조달 기회가 부족했고, 민간 자본은 초기 기업보다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결과적으로 한국 액셀러레이터는 투자 기능과 창업지원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며 성장해 왔다. 창업 교육, 멘토링, 시장 검증, 투자 연계, 후속 투자 유치까지 하나의 체계 안에서 발전해 온 것이다.
따라서 액셀러레이터가 정부 사업을 수행한다는 사실 자체를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정부 사업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다. 정부 사업이 실제 투자와 연결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투자하고, 후속 투자자를 연결하며, TIPS와 같은 성장 프로그램으로 연계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회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면 정부 사업은 창업 생태계를 위한 중요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투자 없이 사업 운영만 반복한다면 액셀러레이터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정부 의존 여부가 아니라 투자 역량과 성과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숫자 줄이기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지역 창업 생태계다.
현재 국내 창업투자와 액셀러레이터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투자 자금과 전문 인력이 서울에 집중돼 있으며, 지역 창업기업들은 투자 접근성 측면에서 여전히 불리한 환경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 규모만을 기준으로 획일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면 지역 기반 액셀러레이터는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창업 생태계는 투자액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지역 산업과 연계성,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지역 창업기업 성장 지원 등 다양한 역할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창업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중심의 투자 생태계를 넘어 전국 단위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 방향은 양적 축소가 아니라 질적 고도화가 돼야 한다. 등록 기관 수를 줄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투자 실적, 후속 투자 유치 규모, 회수 성과, TIPS 연계 성과, 민간 투자 유치 능력, 지역 창업 활성화 기여도 등 객관적인 성과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 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
성과를 창출하는 기관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관은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재편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창업 생태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창업가 도전, 투자자 인내, 정책 지속성이 오랜 시간 축적돼야 건강한 생태계가 형성된다.
액셀러레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필요한 것은 “AC가 많다”는 단순한 숫자 논쟁이 아니다. 어떤 AC가 실제로 창업가 성장을 돕고 있는지, 어떤 AC가 지역과 산업 혁신을 이끌고 있는지, 어떤 AC가 민간 투자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액셀러레이터 숫자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액셀러레이터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 양적 성장 시대를 넘어 질적 성장 시대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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