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AI 시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마지막 1마일'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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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기업 경영에서 가장 많이 강조되는 단어는 단연 '속도'다.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고객들은 신속하게 결정하며, 민첩하게 대응하는 기업을 원한다. 조직 내부에서도 빠른 속도로 결과를 만들고 실행하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

AI는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다. 이메일 작성, 데이터 분석, 보고서 초안, 코드 생성까지 과거보다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됐으며, 앞으로 더 많은 업무가 AI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속도를 깊이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속도를 정확성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AI가 만든 결과물을 자신의 사고 결과물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AI가 작성한 이메일을 충분한 검토 없이 그대로 보내거나, AI가 제시한 분석에 미심쩍은 대목이 있는지 꼼꼼히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AI가 제공하는 속도를 자신의 역량으로 오해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영국 투자운용사 베일리 기포드의 투자 매니저 톰 슬레이터는 최근 발표한 에세이를 통해 AI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재구성할 수 있는 '문화 기술'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특히 AI가 학습 과정에 필요한 '생산적 분투(productive struggle)'를 제거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적 분투란 스스로 조사하고, 분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어렵더라도 직접 생각하고 질문하는 과정이 인간의 사고력을 만든다는 의미다.

이 글에서 소개된 MIT의 연구 사례는 AI에만 의존할 경우의 심각한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방식으로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다. 한 그룹은 직접 작성했고, 다른 그룹은 검색엔진을 활용했으며, 마지막 그룹은 AI 어시스턴트를 사용했다.

차이는 확연했다. AI 사용자들은 반복될수록 글쓰기 전체를 AI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후 AI 없이 다시 글을 쓰게 하자 자신이 작성했던 내용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반면 AI를 '생각의 출발점'으로 활용한 사람들은 오히려 인지 능력이 향상됐다. 차이는 AI 사용 여부가 아니었다. AI를 어떻게 사용했는지가 차이를 만들었다.

미국 클라우드 협업 플랫폼 기업 Box의 최고경영자(CEO) 아론 레비가 최근 X에 올린 게시글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업무의 80~90%를 처리할 수는 있지만, 진짜 가치는 '마지막 1마일(last mile)'에서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AI가 작성한 코드의 오류를 찾아내는 일, 결과물의 할루시네이션 여부를 판단하는 일, 고객 상황에 맞는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며, 이런 판단은 전체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AI가 평균적인 결과물의 하한선을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한선까지 높여주지는 못한다. 결국 상한선은 특정 도메인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이런 면에서 “사람들이 과업(task)과 목적(purpose)을 혼동한다”고 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지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과업은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지만 목적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영상의학과 의사의 과업은 영상을 판독하는 것이지만 본질적 목적은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일을 단순 과업 중심으로만 정의한다면 AI는 위협이 된다. 하지만 목적 중심으로 이해한다면 AI는 인간의 역량을 증폭시키는 도구가 된다. 결국 기업과 구성원 모두 스스로에게 아래와 같이 질문해야 한다.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진짜 가치는 무엇인가. 그리고 AI가 대신할 수 없는 판단은 무엇인가.

속도는 앞으로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깊이 없는 속도는 경쟁 우위가 될 수 없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단순히 빠르기 때문이 아니다. 판단의 질과 이해의 깊이, 축적된 신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AI 시대에 진짜 경쟁력을 만드는 조직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깊이 있게 사고하는 조직이다. AI에 의존하는 조직이 아니라, 독립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한 채 AI를 활용해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만들어내는 조직이다.

결국 미래의 경쟁력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넘어서는 인간의 전문성과 깊이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염동훈 메가존클라우드 대표 dougyeum@megazo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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