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X’의 전신인 트위터의 로고는 파랑새였다. ‘새의 지저귐(Tweet)’이란 말뜻 그대로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빠른 소통을 형상화한 것이다. 실시간 연결이 일상화된 스마트폰 시대의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문화에 익숙한 미국의 Z세대(1997∼2012년생) 사이에서 정반대의 바람이 불고 있다. 광케이블이 가능케 한 빛의 속도 대신, 하늘을 나는 비둘기의 속도로 대화를 주고받는 ‘초저속 메신저’에 열광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요즘 뜨고 있는 앱이 ‘캐리어 피지(Carrier Pidge)’다. 다리에 얇은 편지를 묶어 소식을 전하는 데 썼던 통신용 비둘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앱 사용자들끼리는 메시지를 보내면 경주용 비둘기의 최대 속도로 알려진 시속 110마일(약 177km)로 전송된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뉴욕까지 22시간, 뉴욕에서 시카고까진 6시간 반이 걸린다. ‘루스트(Roost·둥지)’라는 앱도 있는데 여기선 비둘기 외에 달팽이(시속 1마일), 펭귄(시속 16마일), 올빼미(시속 20마일) 같은 동물을 선택할 수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서울에서 뉴욕의 친구에게 달팽이 편으로 “굿모닝” 메시지를 보내면 9개월 뒤에나 도착한다. ▷메시지가 100% 도착하는 것도 아니다. 통신용 비둘기의 0.2%는 길을 잃는다는 통계에 착안해 같은 비율로 전송 오류가 나도록 설정돼 있다. 완벽한 전송 보장에 익숙한 Z세대들에겐 이런 불확실성이 재미 포인트라고 한다. 메시지 전송이 시작되면 비둘기의 실시간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는데 보낸 사람은 제대로 도착할지, 받는 사람은 어떤 메시지일지 기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초저속 전송이 인기를 끄는 건 ‘디지털 피로감’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비둘기 메신저’에선 즉각 반응할 필요가 없고, 답할 타이밍을 놓쳐도 ‘읽씹’으로 비칠 부담이 없다. 끊임없는 알림과 끝없는 스크롤로 SNS가 ‘감정 노동’이 돼버린 시대에 편안함을 준다는 것이다. 이들 앱을 만든 20, 30대 개발자들은 클로드 등 AI로 코딩했다고 하는데 최첨단 기술로 가장 ‘느린’ 앱을 만들었다. ▷이런 ‘슬로 테크’는 여러 분야로 번지고 있다. ‘구닥’이란 카메라 앱은 필름 한 통 분량인 24장을 찍고 나면 한 시간 동안은 더 찍을 수 없다. 게다가 찍은 사진을 보려면 7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보정 기능도 없다. 사진을 쉽게 찍고, 버리는 데 익숙한 1020세대들이 사진 한 장 한 장을 ...
저속 전송 ‘비둘기 메신저’ [횡설수설/신광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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