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더 크게 떠주세요. 인식이 더 잘 됩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익선동 '월드 스페이스 서울'. 30대 직장인 홍모 씨가 배구공만 한 기계 앞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본다. 10초 동안 카메라를 응시하니 기계에 완료됐다는 표시가 들어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블록체인 기반 오픈소스 프로토콜 프로젝트 '월드'의 홍채 인식이었다.
월드는 오브(Orb) 기계로 이용자의 홍채와 얼굴 정보를 인식해 '사람 인증 ID'를 생성한다. 오브로 수집한 홍채 기반 데이터는 이용자 스마트폰으로 전송된 뒤 기계에서 바로 삭제된다. 지난 2024년 강남, 성수 등에서 홍채 정보를 등록하면 80만원 상당의 월드코인을 받을 수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월드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월드코인, 월드 ID, 월드챗, 월드월렛 등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제공한다.
"3분 안에 끝났다"…개인정보 없이 만드는 '사람 인증 ID'
이날 월드가 주력한 서비스는 사람 인증 기술인 월드 ID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월드 ID는 개인정보를 필요하지 않는다.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노출 없이 실제 사람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디지털 신분증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이 고도화하면서 사람와 AI를 구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핵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월드는 강조했다.
월드 ID를 사용하면 가령 웹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하거나, 틱톡 등을 사용할 때 종종 나오는 '자전거가 있는 그림을 클릭하시오', '숫자를 보이는 대로 적으시오' 같은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 이미 사람인 것이 월드 ID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위 질문은 이용자가 사람인지 로봇인지 확인할 때 사용되는 캡차다.
실제로 월드 ID를 만들 때 개인정보를 기재할 필요가 없었다. 이름도 등록하지 않았다. 생년월일로 나이만 확인한 뒤 오브에 홍채와 얼굴을 촬영하기만 하면 끝났다.
월드 ID 등록 순서는 다음과 같다. 월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뒤 생년월일을 기입한다. 이후 앱에 뜨는 큐알코드를 오브 카메라에 인식시킨 뒤 이마가 보이는 채로 눈을 크게 떠 카메라를 응시하면 된다. 10초간 카메라를 응시하면 오브가 홍채와 얼굴 이미지 데이터를 암호화해 월드 ID를 생성한다. 이후 데이터는 이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전송된다. 이후 고유성을 인증하는 과정을 최대 2분 기다리면 끝난다.
실제로 월드 ID를 만드는 데는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오브에 홍채를 인식하고 데이터를 받으니 스마트폰에 '데이터는 이제 귀하의 기기에만 저장됩니다. 영원히 귀하의 것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떴다.
현장 안내원은 "가입할 때 백업 패스키를 설치하라고 안내드린다"면서 "개인정보를 기입해 ID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 비밀번호를 찾는 기능이 없다. 아이클라우드나 구글 클라우드에 백업해야 나중에 ID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으로서는 ID를 잃어버리면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유 코드 자체는 한 사람에 하나씩만 만들 수 있어 더 그렇다"며 "완전한 익명성이 보장된 채 사람인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월드 ID를 만든 홍씨는 "인터넷에서 '신호등 사진 선택하세요' 이런 과정이 진짜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었는데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요새는 AI가 메일도 작성해주고 배달 주문도 대신 해서 점점 더 AI인지 사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워질 텐데, 해보기 전까지는 이상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괜찮은 거 같다. 아무렇지 않게 체감상 1분 이내로 끝났다"고 이야기했다.
캐치테이블·틴더에서도 활용돼…AI·가짜 계정 막아
월드 ID는 실생활에서도 사용된다. 가짜 프로필이나 매크로 사용을 막아야 하는 데이팅 앱 '틴더'나 실시간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이 대표적이다. 이날 현장에서 진행된 '월드챗 포차' 팝업스토어 또한 캐치테이블을 이용해 예약한 월드 ID 이용자만 '포차 다이닝 코스'를 즐길 수 있었다. 식당 예약 등 매크로나 AI 사용이 의심될 수 있는 서비스에서 월드 ID로 간편하게 사람인 것을 인증하는 것이 골자다.
월드 관계자는 "AI가 예약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월드 ID라 팝업을 기획하게 됐다"며 "먼 미래 기술이 아닌 지금 실생활에서도 활용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틴더의 모기업인 매치 그룹 또한 데이팅 앱 연령 인증을 위해 월드 ID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미성년자 접근을 차단하고 가짜 프로필과 봇 계정을 거르기 위해서다.
월드 ID 데이터는 이용자 기기 밖으로 벗어나지 않아 제3자와 공유되지도 않는다. 월드는 '영지식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개인 정보를 전송하지 않아도 이용자의 연령 조건을 증명한다. 영지식 증명은 특정 정보에서 참·거짓만을 공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월드 ID를 확인받는 플랫폼은 예, 아니오라는 신호만 받을 뿐 그 이상 정보는 알 수 없다.
현재 월드 ID는 전 세계에 1790만1537개가 생성돼 있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524만4669명이다.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월드 앱에서 실시간으로 ID 생성 수, 월드월렛 보유액, 거래내역, 금고 수익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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