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적한 날씨에 자전거를 타는 것은 언제나 즐겁지만, 사실 악천후 속 출근길 라이딩도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바닥이 미끄러운 것만 피한다면 말이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전거라는 이동수단 자체가 가진 속성 때문인 것 같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걸어가는 감각이 페달을 밟고 체인을 돌려 바퀴를 구르는 행위로 전환될 때, 힘의 방향은 한결 효율적인 쪽으로 향한다. 궂은 날씨라 해도 그것을 통과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드니, 역설적으로 일종의 쾌적함이 발생한다.
설령 이동시간이 크게 줄어들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걷는 운동이 굴러가는 운동으로 바뀔 때, 우리의 감각은 중력의 영향에서 잠시 빗겨나 다른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닥을 밀어내기보다 바람을 향해 달려가며, 심지어 존재하지 않던 바람까지 스스로 만들어내는 즐거움이다. 중력과 싸우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지친 몸을 잠시 잊은 채 그저 앞으로 굴러가는 운동에 몸을 맡기면 된다.
문득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전쟁의 비극을 겪는 군인들이 칼이나 창 같은 냉병기(冷兵器)와 달리, 총이라는 도구를 사용할 때는 살육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느끼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다. 끔찍한 비극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자전거가 일종의 ‘감각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방식 역시 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이런 개인적인 사유와 별개로, 자전거를 다룬 대중음악들은 대개 반짝이는 낮의 상쾌함을 노래한다. 나른한 오후 골목길을 달릴 때의 달콤한 피로를 담은 델리스파이스의 ‘달려라 자전거’나, 시골길을 유쾌하게 질주하는 풍경이 연상되는 조동익의 ‘무더운 여름과 자전거 타기’가 그렇다. 이런 노래들을 들으며 언덕길을 내려올 때면 괜히 청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 두 다리를 크게 들어 올리고 싶어진다. 그러나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 싶은 권나무의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이 노래는 해가 저문 뒤, 조금은 쓸쓸한 마음으로 들어가는 길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라는 가사를 경쾌하게 반복하며 시작하는 이 노래는 이내 아무도 없는 강가와 오래된 골목의 고독, 버려진 가구들의 죽음을 차례로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삶의 무게와 이루지 못한 꿈, 매일의 안타까운 불운들을 덤덤히 이야기한다. 이 노래를 들으며 밤 자전거로 퇴근할 때면 늘 지나치던 골목길이 유독 낯설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어둠 속 풍경이 지나치게 선명해져 문득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나는 후렴구인 “자전거를 타면 너무 좋아”를 속으로 따라 불러본다. 그러면 지나치는 삶의 무게들이 조금은 빠른 속도로 멀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유령의 집을 무서워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 콧노래를 부르며 빠져나오는 아이들처럼, 오늘도 속으로 노래를 부르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퇴근한다. 너와 나를 감싸던 매일의 불운을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달리는 바람 그 소리를 들으며.윤덕원 가수·‘열심히 대충 쓰는 사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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