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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캡처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세계 양대 운하인 수에즈운하와 파나마운하는 해상의 '유료 도로'다. 수에즈운하에선 하루 수십 척이 지나며, 선박 1척당 통행료는 수십만 달러에 이른다. 초대형 선박은 100만 달러를 웃돈다. 연간 수입은 들쭉날쭉하지만 2023년 102억 5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파나마운하는 갑문과 수자원 제약으로 통과 슬롯이 제한된다. 물 부족이 심하면 예약 경쟁이 치열해져 통행료가 수백만 달러까지 치솟는다. 연간 수입은 40억∼50억 달러 수준이다.
▶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해협 통제 관리 계획안'을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승인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해협 통과를 원하는 선박은 화물·선주·목적지를 혁명수비대에 제출하고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스라엘 선박은 통과할 수 없고, 이란에 제재를 가한 나라도 제한 대상이다. 통행료는 선박당 40만 달러 또는 200만 달러 부과 방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자국 화폐인 리알화 징수도 검토 중이다. 통행료 200만 달러면 하루 100척 기준으로 연간 700억∼1천억 달러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란의 연간 석유 수출액 400억∼500억 달러를 훨씬 넘어서는 규모다.
▶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틀어쥔 결과, 세계 원유 공급은 이미 급격히 위축된 상태다. 미사일도, 지상군도 아닌 '봉쇄'가 무기였다. 나아가 이란은 종전(終戰) 5대 조건 중 하나로 호르무즈에 대한 합법적 주권 행사를 내세웠다. 전쟁이 끝나도 해협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고, 향후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셈법이다. 리알화 징수 검토는 제재 회피와 통화 주권까지 노린 포석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호르무즈 톨게이트화 계획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협상의 지렛대라고 할 수 있다.
▶ 실제로 전쟁 이전 하루에 135척 넘게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던 선박은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통과 선박의 80%는 이란 국적이거나 우호국 소속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역내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 2천 척, 선원 2만 명으로 집계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톨게이트화 계획은 자연 해협에 운하의 논리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이다. 하지만 호르무즈는 이란이 건설한 인공 수로가 아니다. 자연 해협이고 국제 수로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통항권을 보장해야 하고, 통과 자체에 요금을 물릴 수 없다고 규정한다.
▶ 이란의 호르무즈 톨게이트화 계획의 득(得)은 협상력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게 그 방증이다. 실(失)은 국제적 고립이다. 이란은 후티 반군을 통해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통제도 추진 중이다. 호르무즈 우회로마저 막히면 충격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란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렛대는 오래 쥐고 있기 어렵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02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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