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트럼프의 '통상전쟁' 이끄는 戰士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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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통상전쟁'을 이끌고 있는 사령관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나바로 선임고문은 대표적인 보호무역주의자이며 강성 매파로 분류된다. 트럼프가 지난달 20일 취임 첫날 서명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각서와 이후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예외 없는 관세 적용, 상대국이 부과하는 관세만큼 동일하게 부과한다는 내용의 상호관세 정책까지 나바로 선임고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지 확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트럼프의 통상정책을 설계하고 구체화한 '책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다. 그는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조타했다. 그는 누구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과 정치적 지향을 잘 이해하고 실천한 인물이다. 라이트하이저는 트럼프 집권 2기에는 정부 요직을 맡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신뢰하는 막후 실세다. 실제로 그가 2023년 출간한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No Trade is Free)>은 트럼프의 통상정책을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미국에는 '신기루'에 불과했다며 관세라는 레버리지(지렛대)를 통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트하이저는 J.D. 밴스 부통령과 같은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 오하이오주 출신이다. 이 지역은 20세기 초반부터 후반까지 철강·자동차·섬유 등 제조업으로 번창했지만 1970년대 이후 세계화와 경제구조 변화로 쇠퇴했다. 쇠퇴의 원인은 제조업의 해외 이전이다. 저렴한 인건비와 생산비를 찾아 많은 기업이 아시아·중남미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면서 산업기반이 약화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2016년 출간한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가 러스트 벨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라면, 라이트하이저의 저서 <자유무역이라는 환상>은 미국 제조업 부흥과 보호무역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주장은 단순 명쾌하다. "나는 미국의 무역정책이 노동계급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믿는다. 노동자를 도울 수 있는 유일하고도 실질적인 방법은 제조업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불공정 거래 이슈에서 특정 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 지렛대는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는 신뢰할만한 위협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대해 "2000년 이후 광범위한 국가소유권, 막대한 국가보조금, 폐쇄적인 내수시장, 환율 조작, 정부가 후원하는 지식재산권의 편취, 온갖 중상주의적 관행으로 골칫거리가 되고 있었다"고 일갈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했다. 러트닉은 향후 미국의 통상전쟁의 선봉장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이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일본이 우리의 선량함을 이용했다"고 했다. 라이트하이저의 비서실장을 지낸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 압박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바로 선임고문은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주도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향후 이들과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들과 대적할만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 듯 보여 답답하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4일 15시27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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