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지난해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만 3억 명에 가까운 '인플루언서'다. 이에 트럼프는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을 참관했다. 1쿼터가 끝난 후 전광판에 스위프트의 모습이 나타나자 필라델피아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트럼프는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이 장면을 편집해 올리며 "(경기에서 패한) 캔자스시티보다 더 힘든 밤을 보낸 사람은 스위프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에겐 용서가 없다"며 뒤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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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스타' 캡처
미국의 유명 연예인들은 자신의 정치 성향을 당당하게 밝힌다. 대선 시기에는 지지 후보를 공공연히 드러낸다. 오히려 팬들이 이를 요구할 정도로 정치적 입장을 공개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스칼릿 조핸슨, 가수 비욘세, 빌리 아일리쉬, 아리아나 그란데 등은 해리스를 지지했다. 라틴계 배우인 에바 롱고리아는 "혐오를 쏟아내고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가 당선됐다"며 아예 미국을 떠나겠다고 했다. 반면에 배우 멜 깁슨, 실베스터 스탤론, 존 보이트, 킴 카다시안,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은 트럼프를 지지한 연예인들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깁슨과 스탤론, 보이트 등 원로배우 3명을 '할리우드 특별대사'로 발탁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 국내 연예인들의 소신 발언이 이어졌다. 가수 이승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이후 SNS에 비판적인 글을 꾸준히 올렸다. 그는 지난해 12월 탄핵 찬성 집회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12월 25일에는 구미에서 콘서트를 열려고 했지만, 시 당국으로부터 시민 안전과 정치 선동 등을 이유로 공연장 대관을 취소당했다. 가수 김흥국은 오래 전부터 스스로 '보수우파 연예인'이라며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왔다. 그는 2022년 대선에서 윤 대통령의 유세를 도왔고, 지난 1월 초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체포 저지 집회에도 참석했다.
원로 배우 나문희가 최근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지난해 영화 홍보차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뒤 '좌파 논란'에 휩싸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김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영화 '소풍'을 홍보하러 출연한 뒤 (좌파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김영옥은 나문희와 친하다는 이유로 정치 성향 논란이 있었다며 "우리는 좌파, 우파 이런 것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광복의 기쁨, 6·25 전쟁까지 다 겪고 오늘날에 왔는데 그냥 나라가 어수선한 게 너무 슬프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탄핵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을 위해 카페와 식당을 선결제한 연예인들의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에 신고됐다는 가짜뉴스도 떠돌고 있다. 연예인들의 정치 성향을 놓고 찬반 입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연예인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저마다 정치적 입장이 있고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 그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대로 그렇게 봐주면 되는 일이다. 굳이 좌표를 찍고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다만, 연예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민감한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언행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06일 14시52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