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아웃] '조롱·혐오·막말' 정치언어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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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언어, 팬덤 정치가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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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최근 세미나 모임에서 발제에 나선 중견 정치학자는 "지금 우리 정치에는 합리적 논쟁이 사라지고 선동과 적대, 조롱과 야유, 증오와 공격적 열정만 있다"며 정치 언어의 타락을 개탄했다. 그는 "여야 간 정치의 기능이 약해진 것과 비례해 직접 지지자를 겨냥하는 정치가 강해지면서 거리에서 대중 동원이 자연스러워졌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 대규모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이번 6·3 지방선거도 선동과 적대, 조롱과 야유, 증오와 공격이 담긴 저질 언어가 선거판을 오염시켰다. 상대방을 향해 "내란 세력", "극우 광신도", "범죄자", "독재자" 같은 극한 표현이 떠돌았고, 온라인 공간에선 "수박", "틀딱", "개딸", "태극기 부대" 같은 조롱과 혐오의 언어가 넘쳐났다. 정책 경쟁을 해야 할 선거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언어 전쟁으로 흐르는 현상은 전혀 낯설지 않게 됐다. 소셜 미디어(SNS)와 유튜브는 이런 표현을 확산시켰고, 자극적인 발언은 정책 공약보다 더 관심을 받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정치는 상대를 설득하는 협상 공간이 아니라 상대방과 난타전을 치르는 옥타곤이 돼버렸다. 정치인의 조롱·혐오·막말은 이제 개인의 일탈로 보면 안 된다. 그들은 거친 언어가 오히려 미디어의 관심을 끌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격한 표현은 '사이다 화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지지자들에게 통쾌함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보수와 진보 가릴 것 없이 상대 진영을 향한 공격적 언어를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배경에는 팬덤 정치와 SNS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책과 가치가 정치적 선택의 기준이었다면, 지금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정치적 판단을 좌우한다. 정당보다 정치인 개인의 영향력이 커진 탓이다. 팬덤 정치에서 상대 진영은 적(敵)으로 인식된다. 적에게는 대화보다 공격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과장된 표현과 조롱, 낙인과 음모론은 지지층 결속의 수단으로 활용된다. SNS 알고리즘은 이러한 경향을 증폭한다.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더 많은 클릭과 공유를 얻기 때문이다. 특히 유튜브 쇼츠와 같은 짧은 영상은 맥락을 지우고 감정만 남긴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으로 이견을 조율해나가는 제도다. 영국 의회가 의원들이 칼을 뽑아도 닿지 않을 거리만큼 떨어져 마주 앉도록 설계된 것은 토론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정치에서 갈등과 비판은 불가피하다. 이견과 경쟁은 민주주의의 동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비판과 혐오, 논쟁과 조롱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 상대를 비난하는 목소리보다 국민을 설득하는 언어가 많아질 때 정치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언어의 품격은 민주주의의 수준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1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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