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따라 변해온 '참교육' 의미…드라마 '참교육' 인기에 재조명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참교육'이란 말뜻의 변천사는 흥미롭다. 이 단어를 만든 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다. 1989년 전교조가 출범하며 `내건 교육 이념이자 창립 취지였다. 당시 교사들의 노조 활동은 불법이었으므로 그 결성을 위해선 국민적 공감을 얻을 교육적 명분이 필요했다. 참교육은 진짜를 뜻하는 우리말 '참'에 한자어 '교육'이 합쳐진 말이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과 무한 경쟁을 반대하고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인간화'를 지향하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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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7월 명동성당 앞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참교육 실현을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발대식을 여는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적어도 20세기 후반까진 교실에서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인 것에 가까웠다. '스승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란 말처럼 스승을 존경하고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상명하복 군사 문화가 공무원 조직은 물론 직장과 학교에도 뿌리내렸던 시절이다. 학생에 대한 체벌과 기합은 일상이었고, 구타 같은 육체적·언어적 폭력도 드물지 않았다. 머리를 짧게 깎으라면 깎아야 했다. 설사 불합리할지라도 교사의 강압적 지시에 반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영화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오는 체벌 장면이 지금도 회자하는 건 그 사실성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프라이버시' 역시 당시엔 없던 개념이었다. "니 아부지 모 하시노?" 시험을 잘 못 봐도, 수업 시간에 졸아도 맞거나 기합을 받았다. 최빈국에서 벗어나 선진 부국을 향해 달려가는 게 지상과제였던 만큼 입시 위주 교육은 목표와 결과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콩나물시루'로 부를 만큼 교사 1명이 60∼70명을 지도해야 하는 열악한 현실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으나,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강압적인 일방통행식 교육의 반작용으로 등장한 것이 참교육이란 개념이었다.
그런데 이 참교육의 의미가 요즘은 상당히 달라졌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 말을 '개념 없거나 무례한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며 징벌해 정신 차리고 뉘우치게 하는 행위'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단어에 대한 언중의 해석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정의 구현', '사이다 응징' 같은 말도 이와 비슷한 용례로 쓴다. 참교육이 이런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건 2010년대 들어서로 알려졌다.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 속에 군대 후일담, 학원 폭력물, 웹툰 등에서 정의 구현이란 의미로 참교육이 쓰이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온라인 '밈'(Meme·유행하는 언행)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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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드라마 시리즈 '참교육'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본 비영어 프로그램에 오르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에서도 엄청난 인기와 공감을 얻고 있다. 최신 넷플릭스 집계에선 무려 48개국에서 시청 횟수 '톱10'에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참교육'이란 전교조가 애초에 의도했던 뜻과는 많이 멀어졌다. 교권 붕괴가 사회 문제로까지 커진 대한민국에서 선을 넘어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폭력을 써서라도 속칭 '사이다 응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학생 인권과 학부모 참여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느라 실추된 교권을 물리력을 써서라도 회복하는 일이 여기선 참교육이다. 이 드라마 주요 영상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시원하다'는 긍정적 반응이 많다.
물론 지금 우리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겠다. '교권보호국' 같은 조직이 정부에 생길 리 만무하고, 이를 지휘하는 드라마 속 교육부 장관 같은 인물도 현실에서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예술은 예술일 뿐이고, 상상은 상상일 뿐이니 드라마는 각자 해석대로 받아들이며 그저 즐기고 말자. 다만 이런 드라마에 대중이 열광한다는 건 교권과 교육권 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시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 수 있다. 인류의 지적 진보를 이끌어온 현자들의 말이 떠오른다. 역사는 돌고 돈다, 그리고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6월11일 07시0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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