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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ookle.net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허영심은 실체보다 허울을 꾸미려는 마음이다. 타인의 평가를 자신의 가치보다 앞세운다. 정치인이 허영심에 사로잡히면, 대중에게 비칠 이미지에만 몰두한다. 그 결과, 정책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허영심은 이미지 정치의 싹이 자라나는 토양이다. 요즘은 정치인들의 연설과 복장, 소셜미디어 게시물, 유튜브 영상까지 치밀하게 기획되고 연출된다. 점점 예능인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미 유튜브의 영향력을 간파했다.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분석에 따르면, 제22대 국회의원 300명 중 250명이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소속된 8개 정당 모두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자극적 언사와 강렬한 편집 영상이 정책보다 더 주목받는다는 점이다. 일부 정치인은 구독자 수나 조회 수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인다고 한다. 유튜브는 젊은 세대와 소통을 넓히고, 복잡한 정책을 쉽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미지 정치의 장(場)으로 변질되면서 허영심의 무대가 되기도 쉽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유튜브에 극단적으로 심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고위 관계자가 "그분 머릿속에는 정보보고보다 유튜브가 우선이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는 특정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실시간 생중계와 쇼트폼 콘텐츠를 통해 유권자에게 어필한다. 하지만 메시지는 진보와 보수로 분화돼 각각 자신들의 지지층 안에서만 맴돈다. 이 과정에서 확증 편향은 강화된다.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정치인들은 채널을 스스로 개설하고 이미지를 연출한다. 정치 마케팅은 쇼가 되고 진정성은 희미해진다.
이미지 정치는 과거에도 주요한 정치 전략 중 하나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자신을 '태양왕'이라 불렀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는 군마에 올라 '강인한 지도자' 역할을 연기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로 '위대한 미국'을 이끄는 선도자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시대는 달라도 본질은 같다. 정치적 권위와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 정치는 과거보다 전달 속도가 훨씬 빠르고 파급력도 크다.
이미지 정치라도 진심이 배어 있어야 한다. 메시지의 진정성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제 유튜브 채널을 예능 무대가 아닌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해야 한다. 유권자도 냉정한 감시자가 돼야 한다. 정치인의 메시지가 사실에 기반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런 변화들이 일어날 때 민주주의가 한층 성숙해질 것이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4일 07시0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