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세대교체…창업자·CEO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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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후랑추전랑(後浪推前浪)." 장강(長江·양쯔강)을 빗댄 중국 격언으로,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말하지 않는다. 앞물결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뒷물결에 길을 내준다. 앞물결이 있었기에 뒷물결도 존재한다는 함의를 담고 있다. 한 시대의 아이콘이 물러나는 순간은 실패의 결과가 아니라, 다음 시대가 왔다는 신호다.
▶ 넷플릭스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오는 6월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디지털동영상디스크(DVD) 우편대여 회사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제국을 만든 개척자의 퇴진이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선 내려왔지만, 이번엔 창업자의 그늘까지 걷어내는 셈이다. 애플의 팀 쿡 역시 9월 CEO 자리를 내놓고 집행 의장으로 이동한다. 그는 스티브 잡스 이후 15년간 애플 제국을 관리한 '운영의 황제'였다. 공급망 재편과 시가총액 3조 달러는 기념비적 업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거두지 않았다. 후임은 하드웨어 총괄 존 터너스다. 인공지능(AI) 시대를 책임질 새 얼굴의 부상이다.
▶ 이런 흐름은 다른 기업들에서도 이미 포착됐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는 밥 아이거의 퇴진 수순을 밟고 있다. 그는 픽사·마블·루카스필름을 차례로 품에 안으며 콘텐츠 왕국을 완성했고, 위기 때마다 복귀해 회사를 구한 '구원투수'였다. 하지만 후임자에게 마운드를 넘길 차례다. 스타벅스는 중국 사업 부진과 성장 정체 속에서 경영진 재편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 무한성장의 상징이던 브랜드도 소비 둔화 앞에선 예외가 아니다. 기업에서 수장 교체는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 이들의 퇴장은 능력 문제가 아니다. 산업구조 대전환이란 시대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우선 AI 시대의 도래다. 지금 시장은 "운영을 잘하는 관리자"보다 "판을 새로 짜는 설계자"를 원한다. 성공한 CEO일수록 교체 압력이 커지는 역설이 여기서 나온다. 장기 집권의 피로도 크다. 재임 10년을 넘기면 경영 안정의 장점은 혁신 둔화·내부 관성·후계자 부재라는 약점으로 둔갑한다. 시장은 이를 성숙이 아닌 정체로 읽는다. 주주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실적 부진, 중국 리스크, 공급망 충격, 반도체 전쟁까지. 상장기업의 CEO는 분기마다 주주의 신임투표를 받는 자리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교체되는 게 순리다.
▶ 창업자의 카리스마는 회사를 세우지만, 시스템은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다. 넷플릭스는 헤이스팅스 없이도 살아남아야 하고, 애플은 쿡 이후에도 혁신해야 한다. 장강은 한 물결로 흐르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뒷물결은 앞물결을 지워내는 게 아니라, 그 위에서 흐른다. 문제는 누가 물러나느냐가 아니다. 누가 다음의 흐름을 만들 수 있느냐다. 한 시대의 경영 철학이 흘러가고, 다음 시대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장강의 뒷물결을 어찌 막겠는가.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4월23일 06시3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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