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프릿 바라라는 미국 뉴욕남부연방검찰청장 재직 시 유명 정치인·금융인 등을 단죄한 검사였다. 그는 미국인들로부터 강직한 검사로 존경을 받고 있다. 바라라는 자신의 저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2020)에서 "정의는 포괄적이며 막연한 주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 합리적이고 그 과정을 책임진 자들의 태도가 공정하다고 여길 때 그 결과도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사법체계가 편협함, 선입견, 편파적 태도, 사익으로 정의에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곧잘 훼손된다"고 경고했다.
이미지 확대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현재 정치권의 극한 갈등 속에 자체 해결 능력이 떨어져 정치적 쟁점이 사법부로 이전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는 다시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지면서 소모적인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낳고 있다. 사회적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선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정의 2가지가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이 중 절차적 정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서 중요하다. 절차적 정의를 위해선 어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되며,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법에 정해놓은 절차를 잘 지켜야 하며, 당사자 모두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내란죄 혐의 수사 과정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것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윤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날(日)'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했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구속기간을 엄정하게 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의 관행을 생각하면 그동안 일반 피의자들이 받았을지도 모르는 불이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 돼버렸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수사를 둘러싼 절차상 문제는 처음부터 끊이지 않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란죄 수사에 나선 것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형국이다. 공수처 수사 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수처법 제정 당시 이런 상황을 예상치 못했겠지만, 공수처의 법 해석에 무리가 많았다. 공수처 수사권을 사실상 인정한 서울서부지법의 판단과도 대비된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석방되고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자들은 구속돼있는 현실은 블랙 코미디다. 공수처법의 모호한 규정과 법원의 소극적 태도가 원인 중 하나다.
당장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후폭풍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가뜩이나 탄핵 찬반 집회로 갈라진 사회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사법부가 법적 안정성과 원칙을 견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새삼 깨닫게 한다. 아울러 향후 공수처법을 비롯한 사법체계를 정비하고 법관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개선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사법부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최후의 보루다.
jongwoo@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0일 14시57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