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2015년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10분의 1 이하였고 TSMC는 3분의 2 수준이었다. 올해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0년 전 그대로인 반면 엔비디아는 280배 늘었고 TSMC는 1조달러를 넘어 세계 10위에 올랐다"
지난주 한국경제인협회장 연임이 결정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취임사에서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위기를 맞은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며 이런 내용을 언급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AI 투자규모는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하고 반도체 생산라인의 증설 허가를 받는 데만 2∼3년 걸린다"면서 "한국경제는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 수준을 넘어 벼랑 끝에 놓여있는 상황이며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되살릴 골든타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미지 확대
[구일모 제작] 일러스트
류 회장이 제기한 위기론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한국의 최대 수출 품목이자 주력산업인 반도체 부문의 기술 수준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충격적인 진단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설문 결과 작년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이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는 것이다.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전력반도체,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은 한국의 기술 수준이 중국보다 낮았고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만 한국과 중국이 같은 수준이었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기술 생애주기를 평가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은 공정과 양산에서는 중국을 앞서있지만,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서는 중국에 뒤졌다.
이미지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한국 반도체산업이 중국의 기술 굴기와 미국의 견제, 대만의 총력전에 치여 흔들리고 있다. 이미 각국은 자국 반도체 업체에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첨단 반도체 산업의 우위 확보를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중국의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푸젠진화(JHICC),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은 저가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한국 업체와의 점유율을 줄이고 있고 일본 키옥시아는 332단 낸드 플래시메모리를 개발하며 일본 반도체의 부활을 모색하는 중이다. 미국은 다음 달 수입 반도체에 25% 이상의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고 미국 내 설비투자 보조금의 재협상을 시사하며 해외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1천419억달러어치의 반도체를 수출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8%에 달하는 1위 수출 품목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 흔들려서는 안 되는 위상의 품목이다. '주 52시간 예외'와 관련한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 여야정이 반도체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미국의 관세 폭탄도 피해 갈 전략을 마련해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그나마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의 기술 '초격차'와 '골든타임'이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지원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 임무가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달려있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4일 07시31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