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투자로 부를 이뤄 세계 10위권 부호의 자리에 오른 미국 워런 버핏(9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경제현안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 뛰어난 분석력을 갖춰 흔히 '오마하의 현인(賢人)', '투자의 구루(스승)' 등으로 불린다. 매년 5월 초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는 버핏이 내놓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려 전국 각지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어 도시 전체가 들썩거릴 정도다.
그런 버핏이 애플과 은행주 등 보유주식을 대거 매각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렸다. 버크셔의 작년 말 현재 현금성 자산 규모는 3천342억달러로 1년 만에 두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썰물이 되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고 했던 지난 2001년 그의 주주 서한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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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술개발과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기대에 힘입어 상승 행진을 하던 미국 증시의 주가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 서학개미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1.8%, 나스닥 종합지수가 2.6% 급락했고 특히 엔비디아(-5.74%), 테슬라(-5.61%)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졌다. 오락가락하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불신과 관세전쟁이 인플레와 경기침체를 촉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결과다. 미국 JP모건이 분석한 경기모델에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작년 11월 17%에서 이달 초 31%로 급등했다고 한다. 골드만삭스의 분석에서도 경기침체 확률은 23%로 지난 1월의 14%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불안한 징후는 국내에도 수두룩하다. 국내 응답 기업의 97%가 '올해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했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설문 결과는 충격적이다. 특히 22.8%는 올해 경제위기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했다니 불안감이 커진다. 이미 건설업계에선 줄도산 사태가 벌어졌고 유통업계에선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인 롯데는 롯데건설의 본사부지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건설경기 불황과 중국산 저가 제품 공세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업계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 직장폐쇄, 희망퇴직 등으로 버티고 있다. 수출은 줄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떨어지는데 경기가 좋아질 기미도, 노력도 보이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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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5.3.4 ksm7976@yna.co.kr
관세전쟁을 개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부과 엄포와 유예를 반복하며 혼란을 가중시키더니 이젠 한국도 타깃으로 삼을 태세다. 다음 달 2일 상호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한국의 대(對)미국 관세가 미국보다 4배나 높다고 협박했다.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물리고 국내 반도체 업계가 받기로 한 보조금의 근거가 되는 반도체법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지않은 것으로 예상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부터 이후 전개될 정치적 공방, 사회적 혼란 등으로 국내 주식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커질지 생각만 해도 벌써 현기증이 난다. 앞으로 국내외에서 또 얼마나 많은 사건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불안감을 키울 것인가. 바야흐로 내우외환의 계절이다. 버핏처럼 현금확보에 나서든지 뭔가 위험에 대비할 수단이 필요하다. 안전밸트를 단단히 조여 맬 시간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08일 06시06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