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경기서 21홈런·경기당 0.39개 펑펑…시즌 56홈런 페이스
이진영 타격 코치 "내성적인 디아즈, 가족 만난 뒤 표정 밝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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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28)가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아성에 도전한다.
디아즈는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 7회에 우월 투런 홈런을 때리며 올 시즌 홈런 수를 21개로 늘렸다.
디아즈는 54경기에서 21개의 아치를 그려 경기당 0.39개의 홈런을 생산했다.
산술적으로 한 시즌 56개 홈런을 칠 수 있는 페이스다.
2003년 삼성 소속으로 56개 홈런을 친 이승엽 감독의 대기록 경신도 불가능하진 않다.
2011년 최형우(현 KIA 타이거즈)를 끝으로 맥이 끊긴 삼성 출신 홈런왕 타이틀 획득 가능성은 커 보인다.
디아즈는 이 부문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16개)와 격차를 5개로 벌리며 독주 채비에 들어갔다.
정작 디아즈는 최다 홈런 기록이나 홈런왕 타이틀에 큰 관심이 없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디아즈는 "기록과 숫자엔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타격 타이밍을 유지하는 데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꾸준히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평정심을 잃고 욕심을 부리기 시작하면 시즌 초반 정립한 타격 메커니즘이 무너질 수 있다는 말이다.
외국인 타자들은 안타를 많이 생산하지 못하면 KBO리그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압박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디아즈 역시 올 시즌 초반 이런 부담에 시달렸다.
출루보다 타격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유인구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디아즈가 개막 후 11경기에서 타율 0.190, 2홈런의 부진한 성적을 내자 그의 퇴출설이 돌았다.
그는 "시즌 초반엔 마음이 급했다"며 "공이 눈에 보이면 치려는 욕심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만 삼성 감독님은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해주셨고,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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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야구 홈런 1위 르윈 디아즈가 27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2025.5.27. cycle@yna.co.kr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독특한 구조도 디아즈가 자신감을 찾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팔각형 구조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홈플레이트부터 107m에 불과해 다른 구장보다 홈런을 때리기가 수월하다.
중장거리 타구를 많이 날리는 디아즈는 온 힘을 다해 타격하지 않아도 홈런을 때릴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따라서 그는 홈런보다 정확하게 타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디아즈는 홈 경기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21개 홈런 중 16개를 홈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터뜨렸다.
그는 홈구장과 관련한 질문에 "사실 삼성에 입단하기 전까지 대구라는 도시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지금은 대구가 내게 최고의 도시이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최고의 구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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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디아즈는 대구의 여름 무더위도 잘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삼성에 합류한 디아즈는 "한국에 왔을 때 엄청 더웠다"며 "대구의 날씨를 경험했기에 올해 여름 대비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더운 날씨에서 경기를 치르면 체력이 떨어지기 쉽고 피로감도 빨리 찾아오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웨이트 훈련과 식단 조절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 구성원들은 디아즈의 활약이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진영 삼성 타격 코치는 "외국인 선수들이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선 한국 생활에 적응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을 가진 디아즈는 적응 과정에 부침이 있었는데, 올 시즌 초반 한국을 방문한 가족들의 응원을 받고 많은 것이 바뀐 것 같다"고 소개했다.
이 코치는 "디아즈는 그때부터 표정이 밝아졌고 자신 있게 타격을 펼치기 시작했다"며 "적응 과정을 마치고 자신감을 찾은 만큼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8일 09시37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