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덜 해로운’ 등의 메시지를 내세운 담배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제재와 사회적 비용 청구 등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사진)은 11일 인터뷰에서 “담배 회사의 눈속임 마케팅 전략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담배 제품의 성분과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담배회사들은 오랫동안 ‘라이트’ ‘마일드’ 등의 문구를 붙여 담배가 덜 해롭다는 이미지를 조성했다. 세계 최대 담배회사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가 1989년 발표한 한국 담배 성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런 문구를 넣은 담배는 일반 담배와 니코틴·타르 함량에서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교묘해지고 있다. 그는 “담배 회사는 10~20대를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달콤한 담배’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판매 중인 일반 담배(궐련)의 약 50%는 가향 성분 캡슐을 필터에 넣어서 제조한 ‘캡슐 담배’”라고 말했다.
그는 담배 산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KT&G(옛 한국담배인삼공사)와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경쟁자이면서도 전략적 협력을 맺어온 결과라고 지적했다.
국민과 담배회사와의 전쟁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폐암 환자들과 이들의 가족들이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4년 흡연이 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이고, 흡연이 폐암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라는 점이 사회 전반에 인식돼 있다는 이유로 담배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 건보공단이 제기한 담배 소송 1심에서도 같은 논리가 유지됐다.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흡연으로 인해 10년간 지출한 공단 부담 진료비 533억원을 담배 회사에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담배를 피운 폐암 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건강보험 급여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1갑년은 하루에 한 갑의 궐련을 1년간 피운 흡연력을 말한다.
이 센터장은 “해외에서는 담배회사에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여럿 있지만 국내는 대법원 판례 등에서 여전히 ‘흡연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담배 회사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첫째, 담배 제품의 성분과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법적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철저히 금지하고, 셋째, 담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담배 회사에 부과하는 등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했다.
건보공단은 항소해 현재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재판에서 건보공단은 20년 이상 하루 한 갑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폐암 중 소세포암 발생 위험이 비흡연자 대비 최대 41.2% 높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매년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장은 “흡연으로 인해 초래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매년 12조2000억원에 달한다”며 “정부와 국회, 국민의 관심을 토대로 지속적인 감시와 비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