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플러팅, 플러팅 하고 계속 써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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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다루는 글에서 퀄리티 스타트(Quality Start)라는 용어를 만납니다.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쓴 경우입니다.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3자책점 이하로 막았을 때 사용합니다.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목록에는 '선발쾌투'가 순화어로 올라 있네요. 이 다듬은 말이 외면받고 있습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처럼 괄호를 써서 말뜻을 풀어주기 때문인지 원어를 고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해할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플러팅(flirting)은 퀄리티 스타트와 달리 전문용어가 아닌데도 급속도로 우리 말글에 녹아들었습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가지고 유혹을 목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뜻하는 낱말이랍니다. '집적거리다', '추파를 던지다'와 비슷합니다. '호감 표시'가 다듬은 말로 제시되어 있지만 이 역시 썩 환영받진 못하는 듯하네요. 호감 표시로는 원뜻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고 봐서일까요? 맥락에 따라 호감 표시, 집적대기, 찝쩍대기, 추파 던지기, 추파 등을 번갈아 쓰면 어떨지요. 언제까지 플러팅, 플러팅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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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듬은 말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갈무리

플레이팅(plating)도 버젓이 쓰이는 예입니다. 음식을 내기 직전에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그릇이나 접시 위에 담고 장식을 더하는 것을 뜻합니다. '담음새'로 다듬었네요. 접시 꾸미기나 접시 치장이 제시되기도 하고요. 번아웃(Burn Out) 역시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탈진'이나 '소진'이 상응하는 순화어입니다. 번아웃과 탈진이 얼마나 다른가요? 번아웃(Burn out·탈진)이라고까지 친절하게 풀어서 쓰는 사례도 보입니다.

싱크홀(sinkhole)은 함몰 구멍, 땅꺼짐이라고 합니다. 둘 다 순화어입니다. 멀쩡하던 땅이 움푹 꺼져서 생긴 구멍이나 그렇게 땅이 갑자기 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키맨(key man)도 드물지 않습니다. '중추인물'로 다듬어졌네요. 로키(low-key)도 있습니다. 차분한, 조용한, 절제된 등의 의미로 쓰입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할 때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진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때그때 골라 쓰면 됩니다.

핫 플레이스(hot place)는 또 어떤가요. '뜨는곳'이나 '인기명소'라는 다듬은 말을 쓰면 '핫'하지 않아 보일까요? 일반적 수사 기법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연쇄 살인 사건 수사 등에 투입되어 용의자의 성격, 행동 유형 등을 분석하고, 도주 경로나 은신처 등을 추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 프로파일러(profiler)는 범죄분석가로 순화되었습니다. 프로파일링(profiling)은 당연히 범죄분석이고요. 할리우드액션(Hollywood action)은 눈속임짓이라고 합니다.

[○○○에게 플러팅하여 데이트 신청에 성공한 뒤 그를 핫 플레이스로 데려가 플레이팅 잘된 음식을 함께 먹었다.] 하기보다 [○○○에게 호감을 표시하여 만남 신청에 성공한 뒤 그를 뜨는곳으로 데려가 보기 좋게 차려진 음식을 함께 먹었다.] 해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다듬은 말 '플러팅' 등 - https://www.korean.go.kr/front/imprv/refineList.do?mn_id=158&pageIndex=1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3. 네이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6월27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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