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을사년과 쌍팔년의 어제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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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씨년스럽다.' 을사년(乙巳年)이던 지난해 이 말의 유래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을씨년스럽다'가 과거 어느 한 을사년에서 왔다는 학설 때문이다. 수많은 매체가 그 을사년은 '1905년'이라고 했다. 통한의 을사늑약이 강제된 해. 그 분위기가 투영되어 낱말이 만들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서사가 그럴듯해서였을까, 사람들은 이 어원설을 굳게 믿고 널리 퍼뜨렸다. 1905년 설은 여기저기에서 세를 불리며 기세등등했다. 그런데 웬걸, 반전이 없지 않았다. 1905년 학설은 철 지난 것이라는 사실, 나아가 이 설은 보다 강력한 입증 능력을 보이는 연구 결과에 힘입어 힘을 잃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미지 확대 '을씨년스럽다'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1905년보다 120년 앞선 1785년 조선에는 기근이 이어졌다. 그해 을사년 기근은 큰 곤궁과 고통을 민중들에게 안겼다. 1897년 나온 「한영자전(韓英字典)」(한영사전)은 1785년 기근을 전하며 '을사(사의 ㅏ는 원래 아래아. 乙巳)'가 가난과 고통을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고 적었다. 1905년 이전에 나온 이 기록으로 '그' 을사년이 적어도 1905년은 아니라는 판단에 더 힘이 실렸다. '보기에 날씨나 분위기 따위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 살림이 매우 가난한 데가 있다'라는 '을씨년스럽다'의 뜻으로 미뤄 보아도 1905년 비유는 지나치다는 의문이 지속됐다. '을씨년'보다 쓰임이 잦은 '쌍팔년'은 어떤가. '쌍팔년도'로 사전에까지 오른 이 낱말은 한마디로 구닥다리를 빗대는 데 쓰인다. 애용된 지 오래지만, 유래에 관한 지식이 그만큼 확산하진 않았다. 단기(단군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기원전 2333년을 원년으로 하는 기원) 4288년인 1955년이 뿌리다. 이 대목에서 "1988년이 아니었던 거야?" 하는 반응이 종종 나온다. 올해를 기준으로 보면 71년 전이 쌍팔년도 아닌가. 낡고 오래된 것이 분명하다. '구식의 시대'가 확장된 의미인 것도 쉬 이해된다. 이 말은 '을씨년'과 달리, 어원설에 관한 혼란이 없다. 1988년 이전에도 '쌍팔년(도)'은 지금처럼 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고 볼 일이다. 세월이 흐르면 '단기 4288년'과 '1988년' 설이 다툴지 모른다. '1785년'과 '1905년' 설이 그랬던 것처럼.(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이미지 확대 '한영자전'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저작권 한국학중앙연구원) 캡처 ※ 이 글은 다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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