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염두할 수 없음을 염두에 둡니다

3 weeks ago 6
고형규 기자

염두(念頭. 생각할 념 머리 두)의 쓰임을 제대로 알기 위해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단어 첫머리여서 염으로 쓰고 읽는 염은 생각한다는 뜻이요 두는 머리를 뜻한다고 사전은 알려줍니다. 염과 두가 하나 되어 생각의 머리(시작, 시초) 또는 마음속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뜻을 익혔으니 바로 말해 봅니다. 앞으로 '염두하다'로는 활용하지 않기로 하자고요. '마음속'에는 두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마음속+하다 조합은 이상합니다. 잘못 쓰는 예가 너무 많습니다. '염두하다'라는 동사는 세상에 없는 단어로 새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마치 '치루다'(치르다의 잘못)라는 말이 지구상에 없는 것처럼. 염두는 [염두에 두다]로 자주 쓰입니다. 국립국어원 공식 사전과 오픈 사전에는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 염두를 떠나지 않는다, 염두에 놓치지 않다 용례가 올라 있습니다.

종이 한국한자어사전.

종이 한국한자어사전.

[단국대 동양학연구원 제공=연합뉴스] DB 자료사진

한자 뜻을 알면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단어가 또 있습니다. 역임(歷任. 지낼 력 맡길 임)입니다. 역시나 단어 첫머리여서 역으로 쓰고 읽는 역은 역사(歷史) 할 때 그 역입니다. 역임이 '(한 지위가 아니라) 여러 지위를 두루 거쳐 지냄'을 뜻하는 단어임을 이 한자가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그러니까 누군가가 어떤 직책을 지낸 사실을 쓸 때 직책 하나를 쓰고 나서 역임했다고 하면 잘못입니다. 그땐 그저 지냈다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A는 모 대학 교무처장을 지냈다 하면 되고, A는 모 대학에서 학생처장, 총무처장, 교무처장을 역임했다 하면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강재형, 『강재형의 말글살이』, 기쁜하늘, 2018

2. 연합뉴스 스타일북 2020

3.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8 05: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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