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어찌씨와 움직씨, 그대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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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측에서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 병원 측에서 적극적으로(적극, 이하 같음) 대응하지 않았다.

* 그들과 적극적인 회동을 갖겠다.

→ 그들을 적극 만나겠다.

*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일을 이루겠다.

→ 적극 소통해 일을 이루겠다.

화살표 옆 내용으로 바꿔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문법 용어로 풀면 어찌씨(부사)와 움직씨(동사)를 애용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게 쓰면 더 쉽고 자연스럽게 읽힐 경우가 많습니다.

"정례적인 회동을 통해 실질적인 소통이 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벌이겠습니다." 어렵게 말하는 스타일이네요. 일단, 적(的)이 들어간 낱말을 과도하게 써서 마음에 안 듭니다. 그것을 꾸밈말로 하여 이름씨(명사)를 꾸밈 받는 자리에 놓는 어법도 내키지 않습니다.

이미지 확대 훈민정음

훈민정음

[촬영 고형규]

"정례 회동으로 제대로 소통되게끔 적극 노력하겠다" 하고 바꾸어봅니다. 원문은 애초 극단을 보이려는 예였습니다. 못해도 그보다는 낫게 읽힐 테고, 아니 그 이상으로 잘 읽히는 문장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 또한 하나의 대안 문장일 뿐이긴 하지만요.

비슷한 맥락에서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김옥수 저)가 소개하는 고쳐쓰기 사례에도 눈길이 갑니다. 그런 대답을 했다 → 그렇게 대답했다 / 울음을 터트리다 → 엉엉 울다, 마구 울다 / 주인 행세를 하는 것 같았다 → 주인처럼 행세했다.

지은이는 "명사를 줄이고 동사를 살려서 한글 문장을 단정하고 명쾌하게 만들자"고 말합니다. '난중일기(亂中日記)'는 '전란을 겪는 도중에 하루하루 기록하다'로 읽을 수 있다고도 하고요. 경청할 만합니다. 번역의 세계에서만 가치 있는 조언이 아니기에 더더욱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김옥수, 『한글을 알면 영어가 산다』, 비꽃, 2016, p. 79. 난중일기 풀이 인용 / p. 97. 예문 셋 인용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04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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