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수괴 → 우두머리, 부화수행 → ?

1 month ago 7
고형규 기자

법률 용어가 낯섭니다. 어려운 한자어가 많은 탓도 큽니다. 내란 혐의 수사를 다루는 언론 기사에서 부화수행(附和隨行)이라는 말을 봅니다. 사전은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만 따라서 그가 하는 짓을 따라 행동함'이라고 이 낱말을 풀었습니다. 비슷한 말 가운데 하나로 부화뇌동(附和雷同)을 올려놓았습니다.

형법은 제87조(내란) 3호에서 부화수행하거나 단순히 폭동에만 관여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는 게 1호입니다. 2호는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살상, 파괴 또는 약탈 행위를 실행한 자도 같다'이고요. 1, 2호에 견주어 3호는 단순가담에 관한 규율임을 알겠습니다. 1∼3호 모두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라는 87조 대전제를 적용받음은 물론입니다.

[그래픽] 형법에 따른 내란죄 처벌 규정

[그래픽] 형법에 따른 내란죄 처벌 규정

(서울=연합뉴스) 원형민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9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공모해 내란을 일으킨 혐의가 있다고 적시했다. 또 김 전 장관은 내란의 중요임무 종사자로 규정,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의 정점으로 판단했다.
circlem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X(트위터) @yonhap_graphics (연합뉴스 DB)

현행 형법은 2020년 12월 8일 바뀌어 2021년 12월 9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개정 전 형법은 대전제가 [국토를 참절(僭竊)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 다음의 구별에 의하여 처단한다]라고 돼 있었습니다. 참절은 '어떤 국가의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여 그 국가의 주권 행사를 사실상 배제하고 국가의 존립, 안전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사전은 풀이합니다. 또 1호에 있는 우두머리는 수괴(首魁)가 바뀐 결과입니다. 수괴는 '못된 짓을 하는 무리의 우두머리'인데요. 이 한자어를 우리말로 갈음한 겁니다. 다음으로 2호에서는 [약탈의 행위 → 약탈 행위, 기타(其他) → 그 밖의], 3호에서는 [부화수행 → 부화수행(附和隨行), 징역 또는 금고 → 징역이나 금고]로 각각 바뀌었습니다.

결국, 부화수행이라는 어려운 말은 그 옆에 괄호를 써서 한자를 적어 넣는 데 그쳤습니다. 수괴가 우두머리로 교체된 것과 대비됩니다. 자칫하면 부화수행에서 부화를 직책상 자기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부하로 잘못 볼 수 있습니다. 더 쉽고 나은 말로 법 문장을 벼려야 합니다. 평민들도 이해하기 쉽게 말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내란죄

내란죄

[촬영 이충원] (연합뉴스 DB)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가법령정보센터, 형법 - https://www.law.go.kr/법령/형법

2. 한국법학원, [입법뉴스] 형법 한글화 개정(2020. 12. 8.) 신구조문 비교 - https://lawsociety.or.kr/board/legalNews/article/25188

3. 사법오급시험용육법, 국민서관, 2001

3. [네이버 지식백과] 부화수행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02/12 05:55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