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밥 먹고 술 먹는 것을 소통(疏通)하는 거로 착각하곤 합니다. 그렇게 만나기를 되풀이하는 것은 교유(交遊. 사귈 교 놀 유)한다고 합니다. 매개는 밥과 술이 아니어도 됩니다. 커피도, 차(茶)도, 스포츠도, 게임도 훌륭합니다. 거듭하여 교유하는 사이라면 소통이 잘되는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물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형식적인 가능성일 뿐이긴 하지만요.
소통의 첫 번째 뜻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입니다. 아 하면 어 하고 티키타카가 되는 심상을 그려봅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척하면, 압니다' 하는 경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의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입니다. 사전은 [그 일이 응어리가 되어 두 사람 사이의 의사나 정의 소통이 예전처럼 부드럽지가 못한 건 벌써부터였지만 이번처럼 격렬하고 적나라하게 따진 적은 없었다. ≪박완서, 미망≫]라는 예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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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뜻으로 미루어 소통은 의사소통(意思疏通. 뜻 의 생각 사 트일 소 통할 통. communication)에 가깝습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서로 이해하고 그 토대 위에서 무엇을 하든 않든 하는 것이 소통 행위입니다. 밥을 밥 먹듯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고 밥을 밥 먹듯 안 한다고 소통이 안 되는 것도 아닙니다. 소통에 필요한 것은 밥과 술보다 말글과 사리(事理)분별입니다.
일단 쓰는 말글이 같거나 비슷할수록 더 낫습니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생각을 헤아려야 합니다.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공감을 하고 이치를 따지고 답을 찾고 대안을 살피는 것이 소통하는 것입니다. 남 말은 듣지 않고 제 말만 줄기차게 하는데, 그 말조차 대개 말 같지 않은 말이라면 소통은커녕 교유도 어렵습니다. 소통은 그래서 경청(傾聽. 기울 경 들을 청, 귀를 기울여 들음)의 다른 말 같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 힘든 게 소통입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2월27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