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글에서 '즐길거리'라는 말을 보았다. '즐기다'를 '즐길'로 만들어 명사 '거리'를 꾸민 것이니까 '즐길 거리' 해야 어법에 맞는다. 그것을 알지만 한 단어인 양 붙여 써서 칸을 줄여 경제적 글쓰기를 한 것으로 읽힌다. 사전을 뒤져보면 볼거리, 읽을거리, 먹을거리는 표제어(올림말)로 올라 있다. '즐길거리'라고 안 될 게 있나 하고 붙여 썼겠단 짐작도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거리' 낱말의 쓰임은 다양하다. 먼저, '즐길 거리' 할 때 거리는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쓰이는 대상이나 소재를 말한다. 마실 거리, 토론할 거리, 토의할 거리, 양보할 거리, 설득할 거리, 주장할 거리, 이야기할 거리 등 숱한 표현이 가능하다. 일부 명사 뒤에 붙여 써서 재료, 대상, 소재를 나타내기도 한다. 국거리 반찬거리 걱정거리 근심거리 일거리 글거리 논문거리가 그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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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캡처
주로 시간의 길이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쓰여 제시한 시간 동안 해낼 만한 일을 뜻할 때도 있다. "반나절 거리도 안 되는 일을 종일 하고 있구나"라는 용례가 있다. 주로 수를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제시한 수가 처리할 만한 것임을 보이기도 한다. "그 과일은 한 입 거리밖에 안 된다"라거나 "그 일은 한 사람 거리의 일이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2011년 표준어로 인정된 '먹거리'와, '먹을거리'가 미묘하게 다른 것은 따로 공부할 거리가 된다. 먹거리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먹는 온갖 것'이고, 먹을거리는 '먹을 수 있거나 먹을 만한 음식 또는 식품'이다. 전통 먹거리, 먹거리 장터, 먹거리 문화라 쓴다. 전통 먹을거리, 먹을거리 장터, 먹을거리 문화는 좀 어색하다. 장 보러 나가 먹을거리를 사 온다고 하지 먹거리를 사 온다고는 잘 않는다.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는 뭔가 하고 묻지 우리나라의 미래 먹을거리는 뭔가 하고 묻지는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먹을거리'와 '먹거리'에 대해서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94555
2.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3월27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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