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말을 할 땐 뜻만 통하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글말을 할 땐 의미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어법을 지키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런 엄격함이 없으면 기본이 바로 서지 않습니다. 어미를 붙여 이렇게저렇게 변하는 동사와 형용사를 묶어 용언이라고 합니다. 이들 용언은 기본, 현재, 과거형을 구별해서 써야 오해를 줄입니다.
한 국어책은 인터넷 사이트에 나와 있는 간판이라며 [웃긴 대학] 사례를 듭니다. 웃기다는 사전 표제어에 오르는 기본형입니다. 현재형은 웃긴다 이고 과거형은 웃겼다 이라고 하겠습니다. 웃긴 대학은 그러니까, 과거에 '웃겼던' 대학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명사를 꾸미는 관형형으로 현재 시제를 활용해서 '웃기는' 대학이라는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데, 잘못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웃기다를 형용사처럼 써서 벌어진 해프닝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입말, 글말 가릴 것 없이 '웃긴'을 '웃기는'처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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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충원
더 나아갑니다. 이것은 의도한 대로 잘 표현한 것일까요? '맞는 답과 틀린 답을 고르세요' 말입니다. 아닐 것 같습니다. 맞는 했다면 틀리는(틀리다 현재형) 했어야 합니다. '맞는'은 현재형인데, '틀린'은 과거형이니까요. 둘 다 과거형으로 하고 싶었다면 '맞은', '틀린' 해야 합니다. 이 역시 모두 형용사 - '맞다'는 실제로 형용사로도 분류합니다. '틀리다'는 '다르다' 의미로 쓰일 때 형용사로 취급합니다. - 처럼 다뤄서 일어난 일입니다. 참고로 틀리다 동사를 예로 들어 기본, 현재, 과거형을 쓰면 틀리다, 틀린다, 틀렸다 입니다. 그래서 틀리는, 틀린, 틀렸던 처럼 관형형을 만들 수 있겠고요.
형용사 활용을 보면 쉽게 견줄 수 있습니다. 기본형 예쁘다, 현재형 예쁘다, 과거형 예뻤다 입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현재 시제를 활용한 관형형을 쓰면, 예쁜 꽃 하지 예쁘는 꽃 하지 않습니다. 동사와 다릅니다. 착오를 일으켜 웃긴, 틀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이유입니다. 과거 한때의 '예쁨'을 나타내려면 예뻤던 꽃 하면 됩니다. 틀린 답은 틀리는 답 해야 현재를 분명하게 드러내지만, 예쁜 꽃은 그 자체로 명확하게 현재를 드러냅니다. 기본형, 현재형, 과거형을 구별해야 말글이 뜻한 대로 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안남영, 『까칠한 우리말』, 리상, 2018 (p. 214.)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3일 05시55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