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그리고는' 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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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을 글에서 심심찮게 봅니다. 접속부사 '그리고'에 보조사 '는'을 붙인 경우를 말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오류입니다. 접속부사에 은/는은 붙이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문법은 가르칩니다.

앞 체언이나 문장 뜻을 뒤 체언이나 문장에 이어주면서 뒤의 말을 꾸며 주는 부사가 접속부사입니다. 그리고 외에 그러나, 그런데, 그러므로, 하지만 따위를 대표로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지 '그리고는'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러나' 하지 '그러나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은 '그렇게 하고 나서, 그리하고 나서, 그러고 나서(는)'라는 뜻을 나타내려 할 때 하는 실수입니다. 줄여서 쓰려면 [그러고는] 해야 합니다. 그리하다의 준말인 그러다 동사가 '그러고'로 활용하고 거기에 '는'을 붙이는 형태입니다. 또 -(고) 나서 라는 보조동사 활용이 접속부사 다음에 이어진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음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데 하지만 그러므로 + -나서]는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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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캡처]

문장을 만들어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들은 갈림길에서 제 갈 길을 쉽게 찾았다. 그러고는(찾고 나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는'은 이제 잊기로 합니다. 물론 [그림을 그리다] [과거를 그리다]처럼 그리다 동사를 [그리고 나서]로 활용한다면 [그리고는]을 쓸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지금 다루는 소재는 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구별해서 쓸 말이 한 쌍 더 있습니다. [그러잖아도/그렇잖아도]입니다. 알 것 같습니다. 본말을 고려하면 판단하기 쉽다는 것을. 그러잖아도는 그러지 않아도의 준말입니다. 동사 그러다가 쓰인 말이므로 앞에 오는 '행동'을 대신합니다. 그렇잖아도는 그렇지 않아도의 준말입니다. 형용사 그렇다(본말은 그러하다)가 쓰인 말이므로 앞에 오는 '상태'를 대신합니다. 국립국어원 상담사례모음에는 이런 예문이 있습니다. "재촉하지 마. 그러잖아도 말하려던 참이었다", "날씨가 너무 쌀쌀해 그렇잖아도 기관지가 약한 아이가 걱정된다." 재촉하다, 쌀쌀하다가 각각 어떤 말을 쓸지 힌트를 줍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교육신문, '그리고 나서'와 '그러고 나서' (정희창 |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등록 2005.07.01 09:00:00) - https://www.hangyo.com/news/article.html?no=73887

2.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담사례모음 '그러잖아도'와 '그렇잖아도'의 차이 - https://korean.go.kr/front/mcfaq/mcfaqView.do?mn_id=217&mcfaq_seq=5905&pageIndex=214

3. 중앙일보, [우리말바루기] 774. 그리고는(?)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407382

4.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3월1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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