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감치는맛'보다 '감칠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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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표준국어대사전이 정의한 오미(五味)다. 사전은 육미(六味)도 표제어로 삼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쓰고, 달고, 짜고, 싱겁고, 시고, 매운 여섯 가지 맛. 온갖 맛을 이른다.'

이 풀이, 괜찮은가? 학자들이 꼽는 기본 맛 다섯 가지는 다르다. 예전부터 기본 맛으로 분류된 신맛 쓴맛 단맛 짠맛에 감칠맛을 더했다. 이조차 오래된 이야기다. 감칠맛이 뭔가. 글루탐산이 내는 맛이다. 치즈와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다는 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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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 '감칠맛'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글루탐산은 인공조미료 MSG(글루탐산 일나트륨. monosodium glutamate)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MSG가 착 감기는 맛을 내는 이유다. 감칠맛을 내는 것은 글루탐산만이 아니다. 가다랑어포(가쓰오부시)의 이노신산, 표고버섯의 구아닐산도 같은 기능을 한다.

매운맛은 미각(味覺)이 아니라 통각(痛覺)이라고 한다. 맛을 붙이자면 일종의 아픈 맛이겠다. 오미에 매운맛을 넣은 같은 사전의 미각 설명은 모순적이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의 네 가지 기본 미각이 있다." 사전이 싱거운 맛을 육미에 넣은 것도 의문을 남긴다. 누가 '싱겁지 않은 맛'을 칠미(七味)로 삼겠다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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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에 대한 사전의 정의

표준국어대사전 캡처

주로 혀에 있는 맛봉오리(미뢰)가 침에 녹은 화학 물질에 반응하며 내는 신호가 신경을 타고 뇌에 전달되면 사람들은 맛을 느낀다. 맛의 원리가 그럴진대, 미각이면 어떻고 통각이면 어떤가. 사람들은 매운맛도 맛이고 떫은맛도 맛이겠거니 한다. 사전에도 둘 다 표제어로 올라 있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 떫은맛…. 맛이란 맛은 모두 형용사를 관형형(달다의 '단', 짜다의 '짠', 시다의 '신')으로 만든 뒤 이에 맛을 붙였다. 같은 원리로 말을 만들면 '감칠맛'은 '감치는맛'이 된다. '음식 맛이 맛깔스러워 당기다'라는 뜻의 '감치다'는 동사이며 이것의 관형형은 '감치는'이기 때문이다. '감칠'은 오지 않은 미래의 관형형 아닌가. 그러나 '감칠맛' 대신 '감치는맛'으로 말을 만들었다면 감칠맛이 없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네 음절은 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맛있는 과학 - https://www.kriss.re.kr/gallery.es?mid=a10106030000&bid=0002&b_list=9&act=view&list_no=2240&nPage=19&vlist_no_npage=33&keyField=&orderby=

2. 최경봉, 『(더 나은 언어생활을 위한) 우리말 강화』, ㈜도서출판 책과함께, 2019

3. 최봉영, 『묻따풀(묻고 따져서 풀어보는) 한국말』, 묻따풀학당, 2025

4.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6년07월23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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