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을 앞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유럽 소재 제약사와 884억원 규모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계약을 맺었다고 26일 공시했다. 수조원 규모의 수주를 이어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계약을 공시한 것으로 올들어 두번째 단일판매공급계약 ‘자율 공시’다.
계약 규모는 연 매출의 1.9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계약 상대방은 비밀유지협약에 따라 공개되지 않았으며 계약 종료일인 2031년 12월 31일 공개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약기간이 이날부터 2031년 말까지이며, 종료일은 양사 합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유가증권(코스피) 상장 기업은 전년 매출 대비 5%이상 계약은 ‘의무 공시’하도록 했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전년 매출의 2.5%이상이 기준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수주 규모는 그동안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해 대부분 의무 공시 대상이었다. 하지만 올해 이례적으로 의무 공시 대상 수주가 아닌 이보다 규모가 작아 홍보하기위한 목적의 자율 공시를 지난 6월 10일에 이어 다시 하게 됐다.
시장 관계자는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리쇼어링(자국내 생산) 정책과 관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미국내 공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인천 송도에만 공장이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수주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인적 분할이 한달 가량 미뤄지면서 주가에 영향이 있는 것도 자율 공시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들어 8월 26일 현재까지 6건의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전년도 연간 수주금액(5조4035억원)의 60%를 넘어서는 3조4434억원의 수주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무공시 대상인 1136억원(지난해 매출의 2.5%)이상 규모의 수주는 지난 5월 26일 이후 현재까지 3개월간 없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들어 현재까지 기존 수주 변경이 아닌 신규로 의무 공시한 수주는 총 4건이었다. 작년엔 총 7건이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